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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타 Dec 19. 2024

에필로그 / 아무도 돌보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무언가 되기 위해...

아무도 돌보지 않은 일선 공무원의 하루


Come along ~~ sleepy head~~

It's time to go to bed~~

토닥토닥 토닥토닥....

아이를 재우며 틀어두었던 자장가 소리에 스르륵 눈이 감깁니다.

아이를 재웠는데 제가 먼저 잠든 적이 더 많았던... 잠 많은 엄마가 저였답니다.


체력이 약한 저는 아이들과 자고 아이들과 함께 일어나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학교에서 신나게 에너지를 방출하다가 집으로 돌아오고

저 역시 핸드폰 한번 쳐다볼 틈도 없이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왔지요.


어느 날 문득.....

아이들에게서는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는 사실이, 당연한 그 사실이 왜 그리도 신기하게 느껴졌을까요.

인간이란 존재는 하루종일 지켜주고 돌봐줘야만 하는 너무나 연약한 존재라는 사실요.

비단 아이들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어른이 되기 전에는 부모님, 학교, 친구들... 등 따듯한 돌봄 속에 마음껏 세상을 헤집고 다닌 듯한데요.

어른이라는 이름에는 가족과 타인들을 돌보아야 하고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사람이란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어요.


직장에 들어와서는 제가 해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되어 있더군요.

내가 지켜야 할 규율과 업무에 적용해 내는 규정들, 예의 바른 행동과 절제된 언어...

잘한 일에 대한 칭찬보다는 잘못한 일에 대한 책임과 변명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을 들이지만 

정작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은 잘 돌보아지지 않았던 일선 공무원이 바로 저였답니다.  


사진: Unsplash의Denys Nevozhai



"나"라도 돌보자


오늘도 저는 자신에게 무책임했던 나를 대면합니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 동료들... 저를 아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저는 온전한 성인으로 잘 살아왔지요.


하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인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한 걸까 생각해 보았어요.

채찍과 당근을 던져주며 이래라저래라 일만 시킨 느낌이더군요.

어쩔 때는 나는 나를 무시하고 학대한 것만 같았어요.


"너는 어떻게 살아온 거니?"

저와 마주 보며 얘기하듯 저의 인생을 들여다보았어요.

오늘의 나부터 어루만져 주고 예전의 나를 만나러 2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보았어요.


'선배와의 대화'라는 시간에 참가해 남의 인생을 통해 스스로를 구하려는 신규 공무원들처럼,

나 스스로와 대화하며 긴 인생을 정성스럽게 그려보았어요. 


놀랍게도 20년은 짧았어요. 

그러나 험난했지요.

그 편하다는 공무원이었지만, 그저 평탄하고 조용했던 인생은 아니었더군요.


그랬구나, 정말 고생 많았다.... 수고했어 00야!


아무도 돌보지 않는 게 당연한 "나의 인생"!  바로 "내"가 돌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진: Unsplash의Kelly Sikkema



글을 쓰는 이유


나를 돌아보니 내가 가장 잘 아는 일이 바로 여기,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후배님들을 만나면서,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후배 공무원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보람도 느꼈지요.

아무것도 아닌 나였지만 무언가를 해 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제가 어느 날 문득 나를 돌보기로 마음먹었듯이, 

어느 누군가라도 저의 글로 인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그보다 더 큰 보람도 없겠다는 마음입니다.


저는 학교에서만 근무한 교육행정직 공무원이랍니다.

너무 작은 울타리 안에 살아온 사람이지만 나름대로 고민하고 성장하며 성실하게 살아왔다 자부합니다. 

또한 개인적인 출세와 수익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사람들에 대한 봉사정신으로 일을 하는 직업은 참 좋은 일이란 생각도 듭니다. 


특히 공무원 인기가 점점 더 없어지고, 교육행정직 안에서도 모두 학교를 기피하고 있는 이상....

이보다 더 글을 쓸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아쉬운 점이라면 교육청에 근무하거나 다른 교행인들의 생활은 모르기에 더 많은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기대한답니다.



여기까지 제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독자분들께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어설픈 글조차 아껴주신 여러분의 소중한 마음과 아름다운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사진: Unsplash의frank mckenna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이번 인생보다 좀 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보라, 나는 매 시간을, 하루하루를

의미 있고 분별 있게 살아가는 사람의 일원이 되리라.

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그러한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 다른 의미 없는 

시간들을 갖지 않도록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이 순간만을 맞으면서 살아가리라.


by 네이딘스테어(85세 노인) /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中 




(표지사진: UnsplashLeah Tardi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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