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어떻게 매끼 먹을 수 있어?" 와이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 파스타는 어떻게 매끼 먹을 수 있어?" 나도 장난스럽게 받아쳤다.
우리 집에선 좀처럼 협의점이 찾아지지 않는 난제와 같다. 와이프는 하루 세끼 파스타를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쌀을 못먹는 건 아니지만, 매끼 흰밥을 먹는 것을 신기해한다. 내가 하루에 세 번 파스타를 먹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봐도 파스타보단 쌀이 기본식에 가깝지 않은가 싶다. 특별한 맛이 없고, 주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며, 반찬이랑도 어울린다. 반면에 파스타는 영양분은 좋지만 양념이 가득하고, 배불리 먹기도 힘들고 소화가 빨라 금세 배고파진다. 객관적으로 생각해 본 것 같지만, 주관적인 생각일 것이다.
우리 집은 식사 시간이 되면 두 가지 식단을 준비한다. 나는 한식, 와이프는 양식. 물론 하나의 음식을 같이 나눠 먹을 때도 있지만, 따로 먹는 일이 더 많다. 덕분에 음식 재료와 조리 시간이 남들보다 두 배로 필요하다. 한두 번은 재밌을 수 있지만,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식단뿐만 아니라 취미도 다르다. 나는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와이프는 노래와 춤을 좋아한다. 특기가 달라, 서로의 흥미로운 얘기에 공감하지 못한다. 와이프가 노래 몇 소절을 여러 방식으로 불러주며 차이점에 대해 설명해 주지만, 내 귀가 저렴한지 도긴개긴으로 들린다. 나 역시 와이프에게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감동적은 글귀나 내가 느낀 점을 말해줘도, 듣는 등 마는 등 관심이 영 없어 보인다. 한가로운 주말이면 우리 집에선 유러피언의 노랫소리가 퍼져 나간다. 나는 그 노래를 들으며 책을 읽곤 한다. 생각보다 공통점은 없지만, 나는 이런 우리의 모습이 좋을 따름이다.
운명적인 만남을 주제로 글을 써봤다. 나의 이야기가 특별한 경우인 마냥 서술했지만 사실은 이 세상 모두가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고 있다. 지구의 수명은 50억 년이고, 최초의 현생 인류는 240만 년 전에 등장했으며, 현재 지구의 인구는 80억 명이다. 길고 긴 시간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나의 연인을 만나는 것이다. 이것이 운명적인 만남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해서, 서로 좋아 죽거나 싸우지 않는 건 아니다. 우리의 경우에도 서로 맞지 않다고 느끼는 점도 많고, 실제로 헤어질 뻔한 적도 있었다. 와이프는 인생의 동반자가 맞지만, 엄연히 나와 다른 남이다. 서로 다를 수밖에 없으니 마찰에 부담 갖지 마시라. 중요한 점은 부부란 앞으로 평생을 같이 살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와 인생을 같이 살기로 약속한 것만으로 아끼지 않을 이유가 없다. 와이프를 아낌없이 예뻐하고, 소중히 여기자. 나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