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의 밤, 누가 "반대!" 외쳤나
미국 워싱턴DC, 북버지니아, 오하이오
난 짜장면. 상관의 주문에
탕수육을 먹으려던 누군가는 "저도요" 말했다.
228명이 사망한
1997년 괌 비행기 추락 참사의 원인 중 하나는
기장을 향한 부조종사의 완곡어법,
권위에 눌려 직접적으로 위험을 경고 못한 것이었다고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 썼다.
2024년 12월 3일 한밤 중 계엄령.
요식행위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각료 대부분은
"반대"를 외치지 못했다.
경제 타격을 이유로 경제부총리의 반대가 있었다지만
계엄이라는 엄중한 사안을 논의한 건 단 5분이었다.
국회에 출석해 계엄 자체를 몰랐다는 관료들
계엄에 적극 호응하지는 않았다며
눈물로 호소하는 군인들을 보며
국정을 이들에게 맡기고, 이들을 믿고
교통경찰 지시에 따르고, 세금을 내고, 늦어지는 관청 인허가에 인내하며 순응하며
말없이 매일을 살아내는 시민들이 떠올랐다.
장차관 대신,
국회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난 반대요!" 소리쳤다.
경찰과 군인을 설득하고 껴안고 달랬다.
"죄없는 청춘인 너희가 계엄으로 처벌돼선 안돼."
2024년 트럼프의 부활을 걱정했던 우리는 1980년 계엄의 시대로 돌아갔다.
계엄이 성공했다면 '포고령 1호'처럼
당신의 자식이나 친구일 전공의는 처단되고
시위와 집회는 금지되고, 정당과 언론은 재갈을 물고
누군가는 영장없이 체포돼 처단됐을테다.
5명이 유명을 달리한 2021년 1월 6일 미국 의회 폭동의 유혈사태를 피하게 한 건
나와 당신과 주변에 섰던 이름모를 누군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