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남들처럼 지하철 승강장에 내려가려 개표구부터 줄을 섰다.
만원 열차에 짐짝처럼 밀려 올라 엎어질 것 처럼 기우뚱 거리다
도착한 여의도역은 시민으로 가득찼고,
인파에 놀라
서로 신기한듯 서로를 향해 핸드폰 셔터를 누르다가,
"밀지 마세요" 소리에 조심 조심 국회를 향했다.
지하철 역부터 90분간 인파를 헤치고 국회 정문까지 나아간 건
더 더 더 많은 사람을 보고 싶어서였다.
204표. 탄핵소추안 가결.
G드래곤의 '삐딱하게'를 함께 부르며
노을을 배경으로 춤추듯 방방 뛰는 이들을 보며
누군가는 툭 하면 탄핵이라고 걱정하고
누군가는 10년도 안돼 대통령을 또 탄핵하냐고 우려하겠지만,
"이번 대통령도 감옥 가는 거 아니냐. 한국과 어떻게 큰 일을 협의하겠냐"
과거 한 일본인이 물었을 때 나는 답했다.
"우리는 잘못된 것은 꼭 고치는 민족이다.
시간이 걸려도 역사적 과오는 꼭 바로 잡았다.
반성 없이 미래는 없다"
집으로 오는 길.
지하철에 오를 자신이 없어 공유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따라 달리는데
바람은 아주 찼고, 손은 어는 듯하고, 허기지고, 다리는 무거웠지만
달이 참 밝더라. 우리는 달을 향해 줄지어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