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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Dec 16. 2024

사각형 세상

워싱턴DC, 페어팩스, 메릴랜드 포토맥, 뉴욕  

삐뚤어질테다. 다짐했다.

이번에야말로 삐뚤어질테다.

몇 번 째 다짐인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확고했다.

직장에서,

거친 압박에 위축될 때, 부당한 지시를 받을 때

이번에야말로 삐뚤어질테다 다짐했다.

"넌 참 좋은 사람이야", "참 착하다"

감언이설을 앞세운 동료들이

승냥이 떼들이 모여들어 빼앗듯 공을 나누어 챙길때

이번에야말로 내가 얼마나 삐뚤어졌는지 증명해야지 했다.   

하지만,

반듯한 격자 모양 답답한 인생아, 속으로 부르짖곤 주저 앉았다.

가족 탓도, 생계 탓도 아니었다.

나는 사각형 인간으로 자랐다.

오자 없는 글쓰기, 실수 용납 않는 수학 문제, 반듯한 자세와 태도.

모범생은 기득권이 규정한 정답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길들인 짐승.

쉰이 다 되어서야 사각 틀이 답답하고

들판을 자유롭게 뛰노는 날짐승이 되고 싶지만

미래의 불안에 굴복하고, 용기 앞에 두려워하며

중년의 민낯은 이런 거구나, 노년의 전조는 이런 거구나

합리화하며 여전히 조직의 반듯한 인생을 산다.

익숙한 현재를 끊어낼 용기와

없는 길을 낼 도전 정신을 상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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