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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 Dec 23. 2024

반사, 비겁한

미국 그랜드티턴, 버크

고요한 아침. 반사된 풍경에 넋을 놓는 건...

아무도 없는 어딘가의 반사된 풍경을 사랑하는 건...

산책을 즐기던 철학자 버트런트 러셀이 말한 것 처럼

'나는 강을 수집하고 있다'와 같은 선 상에 있는 줄 알았다.

취미란 현업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도구이고,  

그는 강을 오르내리며 잡념에서 벗어나곤 했다고 하니,

나도 강과 호수에 반사된 풍경을 수집하는 줄 알았다.

혹은 너무 많은 사람을 만나는 내 직업의 특성상

사람 없음이, 풍경을 그대로 반영하는 풍경의 단순함이

그리고 소리 없음의 평화가 내가 반사된 풍경을 찾는 이유인 줄 알았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다시 읽다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싯구절을 다시 읽다가

프로스트와는 달리

현실의 험준한 산과 나무 꼭대기를 힘겹게 오르는 대신

물빛에 비친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으로 대신하며,

가지 않은 길은 너무도 험했을 것이라고

나의 젊은 날을 혹은 나의 현재를 합리화하는

다소 혹은 크게 비겁한 나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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