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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테크

미국 워싱턴DC, 그레이트폴스

by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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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에서 PT를 받은지 약 3개월.

나이 들며 회사에서 업무에 대한 재미를 다소 잃었고

근로 보상은 '자기 만족, 자아 실현'보다 '금전적 이익'이라는 당연한 명제를 너무 늦게 깨달을무렵

-이런 늦은 깨달음에는 실용서적이 아니라 명작소설을 우대한 어릴 적 사회분위기와

문과로 진학해 기술과는 담을 쌓은 내 인생의 궤적과

너무나 모범시민이어서 편법을 금기시했던 부모와 교사를 만난 탓도 있다-

정작 '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나'는 자괴감과 후회에 PT를 시작했다.

금융회사들이 '노후 준비'를 위해 돈이 필요하다고 외칠 때

회사를 떠난 선배들은 건강을 잃으면 돈이 뭔 소용이냐고 했고,

질환은 하늘의 영역이지만, 노년에 쓸 '근육 저축'은 개인의 의지라고 했다.

3개월간 근육을 저축하는 가운데 이런 것들을 알게 됐다.


1.난 다른 사람의 얘기를 유심히 안듣는다.

-트레이너가 특정 자세에 대해 대부분 5번씩은 같은 말을 한다.

2.난 한번에 2개를 동시에 하는 게 어렵다.

-트레이너가 보여주고 설명해도 난 엉성한 자세를 취하고 트레이너는 하나씩 차례로 교정한다.

3.난 자신에 대한 평가가 너무 후하다.

-그간 혼자 헬스 동영상을 보며 단번에 따라 한다고, 역시 난 운동 신경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전부 틀린 자세였다. 메타 인지 부족이다.

4.난 '저렴하게 최고의 결과'를 거두겠다는 허황된 기대가 컸다.

-돈을 들인만큼 안전하고 효율적인 근육 발달이 가능하다. 최소한 비싼 트레이너가 훨씬 친절하다. 짧은 시간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운동은 어느 정도까지만 가능하다. 적어도 나 같은 초보는 시간과 돈을 쓴 만큼 근육이 늘더라.

5.난 완벽을 추구하는 일종의 강박이 있다.

-매일 새벽에 헬스장에 가겠다는 목표와 1시간씩 운동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하루라도 못가면 '실패, 자책, 다시 시작'을 반복했다. 트레이너는 운동을 한만큼 근육이 생긴다고, 매일 운동하면 좋지만 자책할 것까지는 아니라고 했다. 2주가 지나면 굳이 만든 근육이 빠르게 빠지니 그건 유념하라고 했다. 완료 지점 없이 평생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개념이 낯설지만 적응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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