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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네가 살 미래는 다르단다

미국 클리블랜드&와이오밍

by 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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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네가 성인이 되면

AI나 양자컴퓨터, 로봇 등과 함께 사는 세상이겠지.

하지만 넌 나보다 기술 적응력이 훨씬 빠른 세대이고

인간이 로봇에 지배당하는 세상을 용인할 정도로 기성 세대가 우둔하진 않다고 생각된다.

그보단 네가 인구감소 미래에 대비할 필요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인구감소는 조영태 서울대 교수의 말처럼 바뀌지 않을 '정해진 미래'다.

정부, 기업, 학계 등이 모두 나서 출산율 제고나 양질의 외국인 유입 등을 외치지만

돈이나 캠페인으로 불가능해 보이고

선진국 모두 인구가 감소하니 양질의 외국인 유치도 어려워 보인다.

정부나 학계는 지역균형발전을 지지하고 노력하지만,

인구가 줄면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질 거야.

'비범한 계획' 없이 지방에서 기회를 찾는다면 (부모 입장에선) 솔직히 말리고 싶다.

외려 수도권 집중 문제를 교통 발달 등 전국의 수도권 접근시간 단축으로 풀자는 주장도 적지 않단다.

또 학령 인구가 줄면 대학 입학이나 구직은 쉬워질까?

자식은 많아야 한 명이니 부모의 교육 투자는 더욱 늘어나고

좋은 대학이나 양질의 일자리는 외려 들어가기가 더 힘들 수 있어.

헬조선이라는 말로 애써 우리나라를 폄하할 필요는 없지만

난 네가 인구감소 속도가 가장 빠른 한국에 매달리기보다 세계로 나가길 권한다.

외국에서 살라는 의미가 아니라, 너의 고객은 세계 곳곳에 있다는 뜻이야.

인스타그램이나 틱톡의 콘텐츠처럼 넌 이미 세계인을 상대하고 있단다.

(세계화는 조 교수의 저서 '인구는 내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가'에서 읽은 해법 중 하나란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너의 미래환경은 나 같은 기성 세대의 사고 범주 밖에 있으니

네가 삶의 지향점을 찾는데 나는 도움을 줄 수 없을 거야.

부모로서 아쉽지만 설익은 충고로 한번뿐인 네 소중한 인생을 망칠 수 없으니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갈 너를 꾹 믿는다.

서울대, 의대, 법조인, 고위 공무원 등 내 부모는 어떻게 확신에 차서

자식의 미래를 결정해 줬는지, '한강의 기적' 시대가 부럽기도 하단다.

다만,

고령 인구가 폭증하는 시대에 너의 노인 부양 부담을 더 늘리지 않도록

내 노후는 잘 준비해보려고 한다.

(그저 정한수 떠놓고 자식을 위해 빌고 빌었을 선인들의 마음과 같이)

진심으로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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