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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LIm Nov 11. 2024

깊은 숲 속에 자리 잡은 오름

01. 절물오름_ 절물자연휴양림

절물 자연휴양림 내에 있다. 옛날 오름 주변에 절이 있었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절물 자연휴양림은 맑은 날보다는 안개 낀 날에 더 많이 찾는다. 한라산 중턱에 구름(안개)이 내려앉으면 삼나무 숲 사이사이의 하얀 안개가 마치 신선이 산다는 천상을 연상하듯 몽롱한 세상을 만들어 낸다.

주) 04.04. 절물자연휴양림과 절물오름


절물오름 입구에 들어서면 나무로 깎아 만든 춤추는 하루방이 두 손을 머리 위에 하트모양을 만들어 반긴다. 그 너머로 삼나무 숲이 길게 이어진다. 이슬비가 내리는 봄날이라 새롭게 돋아난 나뭇잎이 연녹색을 띤다. 조용히 걷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때론 이슬비를 맞으면서 생각을 한다. 비가 옷에 스며들 때쯤 우비를 입는다. 그리고 다시 걷는다. 한걸음 한걸음 숲 속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더 좋다. 숲과 이슬비와 산책하는 사람만 있을 뿐이다.

주) 4.4. 절물휴양림


숲사이로 기다란 오솔길이 보인다. 큰 나무아래 조릿대가 자라고, 그 위에 나무데크가 설치되었다. 마치 철길처럼 오솔길이 점점 멀어질수록 데크 넓이가 좁아지더니 어느 부분 이후에는 없어져 버린다.

4.4


숲 속으로 들어갈수록 안개가 짙어진다. 안갯속에서 불쑥 무엇인가가 나올 것만 같다. 이슬비가 안개비로 바뀐다. 비닐로 제작된 우비에 내려앉아 물방울이 된다. 뭉친 물방울이 얼굴로, 발로 한 방울씩 흘러내린다. 그 소리마저 정겹다. 안갯속을 걷노라면 미지 세계를 탐험하는듯하다. '짙은 안개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숲이 이어질까?, 바다가 나올까?, 아니면 절벽에 이르지는 않을까?' 다양한 생각을 해본다. 그곳에 도달하면 숲 속 오솔길이 이어질 것이 당연한데도 사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좋다.

4.4


오름으로 올라가는 산책로가 나온다. 어슴프레 오름 능선도 보이기 시작한다. 안개비와 이슬비가 1시간 이상 내린다. 어느새부턴가 나무테크에도 물기가 가득하다. 조금씩 조금씩 내린 비가 부지불식간에 주변을 적셨다. 물을 머금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에서도 물방울이 떨어진다. 우산보다는 우비를 가져 온 것이 신의 한 수인 듯 생각된다. 우산을 쓰면 나뭇가지에 이리저리 걸려 번거로웠을 것이다.   

4.4


정상에서는 제주시내에 한눈에 들어온다. 민오름, 도두봉 등 바닷가 인근의 오름도 보이고, 제주시내 풍경도 펼쳐진다. 안개가 서서히 그치면서 풍경이 또렷해진다.

주) 절물오름에서 바라본 제주시내


뒤쪽으로는 한라산 모습도 눈에 들어온다. 구름이 걷히면서 백록담이 있는 북벽도 보이기 시작한다. 멋지다.

주) 절물오름에서 바라본 한라산


절물자연휴양림에는 다양한 모양의 나무 하루방이 전시되어 있다. 태풍 등으로 쓰러진 이곳 나무를 깎아 만들었다고 한다. 다양한 모습의 하루방을 보니,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하루방을 닮아서 싱글벙글 웃는 조선시대 봇짐장사꾼을 만난다. 각지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을 봇짐에 가득 넣어 단단히 동여맨다. 그리고 흥겹게 노래 부르면서 전국 전통시장을 누빈다. 오늘은 제주시내에서 출발하여 절물오름을 지나 성읍 민속마을을 찾아 나서고 있다. 

주) 4.4. 절물오름


무거운 봇짐을 짊어지고, 높고 높은 한라산을 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하루방을 만난다. '험준한 산과 끝이 보이지 않는 숲 속을 뚫고,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네요,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흥겨운 말로 건넨다. 봇짐장수도 덩달아 힘이 난다. 그리고 해가 지기 전에 한걸음 한걸음 더 열심히 걷고 걷는다.

주) 4.4. 절물오름


드디어 목적지에 다다른 것 같다. '다 왔다!, 다 왔다!, 조금만 힘내라! 힘내라!'라고 외치는 하루방이 보인다. 손을 높이 들어 '고생 많았어요,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라는 말로 반겨준다. 

10.31


성읍 민속마을 시장터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물건을 팔 장소를 물색한다. 장터 중앙에서 하루방들이 춤을 춘다. 오일장날을 맞이하여 구경 나온 사람들의 주목을 끌려고 광대춤을 춘다. '신난다!, 신난다!'라는 말로 추임새를 넣는다.  


어떤 하루방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기도 한다. 나이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가 두 손자의 재롱을 받아주듯 재미있게 노는 모습을 연출한다. 할아버지는 '요놈들 봐라!, 할아버지를 놀리네!'라며 약간 화난듯하면서도 즐거운 표정을 짓는다. 아이들은 더 신이 난다. 한 아이는 즐거워 휘파람을 분다. 다른 아이는 싱글벙글 웃는다.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행복해 보인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몰려든다. 많은 구경꾼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다. 그리고 신기하듯 춤꾼들을 본다. 마냥 즐겁다.


어떤 아이는 커다란 나무통에 들어가 구경을 한다. 졸리면 잠시 눈을 붙인다. 눈을 떠보니 시장은 파하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다양한 하루방 모양을 보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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