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따라비오름
따라비오름은 오름의 여왕이라고 불린다. 제주도에는 368개의 오름이 있는데, 이 모든 오름을 대표할 만큼 오름특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고, 오름 자체도 멋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다. 이 오름은 크고 작은 여러 개의 봉우리가 부드러운 능선으로 연결되었고, 원형분화구 안에 3개의 소형 굼부리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오름 정상에서 분화구 내부를 들여다보면 편안하고 정감이 간다.
따라비오름 주차장에서 말 목장 울타리를 지나 들어가면 오른쪽에 홀로 나무가 있다. 넓은 벌판에 홀로 서 있는 3~4m 정도의 나무가 있다. 이곳에서 오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예쁘게 나온다. 그래서 잠시 이곳에 서서 숨을 고르는 것도 좋다. 산책로를 따라 약 1km 정도 걷다 보면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왼쪽은 갑마장 길과 큰사슴이오름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이 오름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오름은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며, 그리 높지 않으므로 쉬엄쉬엄 올라가면 된다. 4~5월은 제주 고사리가 많이 채취되는 계절이라 간혹 올라가는 도중에 중년 여성들이 고사리를 채취하는 모습도 보인다. 다만, 가시덩굴이 많고, 5월에는 동면에서 깨어난 뱀들이 활동하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만약 고사리 채취목적으로 이곳 오름을 찾는다면,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청바지에 등산화를 신고, 면장갑과 모자도 갖출 필요가 있다. 오름을 올라가는 길은 숲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등산로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오솔길처럼 좁다. 때론 야자수 열매껍질로 만든 매트가 깔려있고, 어느 구간은 나무계단이 이어진다.
숲길이 끝나면 오름 능선길이 보인다. 이곳에는 몇 개의 돌탑이 만들어져 있다. 오름 주변에 있던 크고 작은 현무암을 모아 쌓은 탑이다. 일부가 풍화된 것을 보니 쌓은 지 오래되었나 보다.
오름 능선길에 들어서면 왼쪽으로는 가시리 조랑말체험공원 주변과 국산화풍력단지 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여러 대가 웅장함을 드러낸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에도 풍력발전기가 윙윙 소리를 내면서 날갯짓을 한다.
정면으로는 완만하게 경사진 2개의 분화구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는 자그마한 수목과 풀이 자라고 있어 분화구 형태가 뚜렷하게 드러나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정상으로 올라가는 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분화구와 분화구를 부드러운 선으로 이어 놓은 듯 예쁘게 보인다.
오름 정상에는 4~5명이 앉을 수 있는 규모의 나무 평상이 놓여있다. 가지고 간 등산배낭을 잠시 풀어놓고, 신발을 벗고 올라가 사방을 돌아가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감상해 본다.
왼쪽이 내가 올라온 길이다. 주차장, 홀로 나무, 풀밭, 오름 능선길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정면에는 분화구 3개가 모두 보인다. 2개의 분화구는 표주막 모양이고, 쌍둥이 같이 닮았다. 나머지 하나는 마름모 모양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영주산, 성산일출봉 등 제주도 동쪽 오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뒤쪽으로는 표선면 앞바다가 아스라이 보인다. 커피 한잔을 하면서 풍경을 감상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한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오름 능선을 지나 분화구 내부로 들어간다. 자그마한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내부에는 억새가 자라고, 몇 개의 자그마한 돌탑도 있다. 분화구를 가로지르면 건너편 능선에 나무의자 2개가 놓여있다. 이곳 의자도 포토존이다. 완만한 오름언덕을 배경으로 나무의자에 앉아 있으면, 오름, 사람 그리고 푸른 하늘 및 흰 구름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늦가을에 만나는 따라비오름 풍경도 인상에 남는다. 오름 능선과 분화구 내부에 억새가 가득하다. 억새가 군집을 이루고 있어 햇빛을 받으면 반짝반짝 빛난다. 그리고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린다. 때론 '사사삭! 사삭!' 소리를 낸다. 때론 바람소리에 동화되어 '휘이익!, 휘이익!' 소리를 낸다. 듣기 좋은 소리이다. 한참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때론 계절의 변화를 잃어버린 철쭉꽃도 만날 수 있다. 5월에 만개한 후 다음 해를 기약해야 하는데, 11월 인데도 최근 연속된 따뜻한 날씨에 속아서 꽃을 피운다. 이미 갈색으로 변한 가을 억새와 봄철에 피는 철쭉이 만났는데도 어색한 풍경이라 느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