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용눈이오름
용눈이 오름은 해발 247.8m이며, 368개의 오름 중 유일하게 분화구 3개가 뚜렷하게 드러나 보인다. 오름 한가운데가 움푹 패어 있어 용이 누웠던 자리라는 의미로 용와악(龍臥岳)이라 불리기도 한다. 용이 놀았던 자리라는 뜻의 용유악(龍遊岳), 용의 얼굴과 닮았다는 의미의 용안악(龍眼岳)으로도 부른다.
용눈이오름 주변은 말을 키우는 목장이다. 그래서 말이 놀라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안내표지가 산책로 몇 곳에 붙어있다. 겨울철에 오름 주차장에서 오름정상을 바라보면 용눈이오름이라는 유명세에 걸맞지 않게 황량하게 보인다. 오름능선에는 키 작은 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나머지 부분은 수풀로 덮여있다. 마치 경주에 있는 커다란 신라시대 왕릉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주차장을 지나 산책로에 들어서면 생각이 달라진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그린 듯 예쁜 오름능선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민둥산으로 보여였던 곳에 억새풀이 군집을 이루어 드러난다. 오름에 대한 감동이 시작된다.
오름에 한 발 더 다가서면 오름능선이 보다 아기자기하게 보인다. 주차장에서는 산 모양이었던 오름이 이곳에서는 평평한 언덕으로 보인다. 금방이라도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것 같은 공원을 연상시킨다. 사람이 붐비는 휴일에는 오름능선을 따라 걷는 사람들로 긴 줄이 생긴다. 오름이 해발 247.8m 로 제법 높기 때문에 줄지어선 사람들이 손가락 크기만큼 작게 보인다.
오름능선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평지에 가까울 정도로 완만하고, 야자매트를 깔아 두어 걷기 편하다. 오름 정상은 커다란 바위가 있다거나 숲이 우거져 있지 않고, 아주 평범한 언덕이다. 그래서 정상에 올라서고도 이곳이 꼭대기인지도 모른 체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오름 정상에서 분화구를 바라보면 부드럽고 야트막한 언덕으로 경계를 짓고 있는 분화구가 눈에 들어온다. 분화구 내부가 자그마한 크기의 수풀로 덮여있어 또렷하게 드러나 보인다.
용눈이오름은 오름 자체도 멋있지만 주변 풍경도 일품이다. 바로 옆에 있는 손지오름에서 용눈이오름을 바라보면 오름형태가 용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용이 승천하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것 같다.
용눈이오름에서는 제주도 동쪽 끝인 성산일출봉과 우도까지 볼 수 있다. 봄이 다가오는 듯 밭에는 연초록빛의 새싹이 자라나고, 그 너머로 아스라이 우도와 성산일출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밀조밀한 풍경이 정겹게 느껴진다.
이곳에서는 오름의 왕이라고 불리는 다랑쉬오름도 조망할 수 있다. 평지 위에 우뚝 솟아있는 다랑쉬오름 모습이 전투에서 군을 지휘하는 왕의 모습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