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사라오름
사라오름에서 '사라'는 신성한 산이나 지역 혹은 불교적 의미에서 '깨달음'과 '알고 있다'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사라오름은 한라산 백록담을 오를 수 있는 성판악코스 중간지점에 있다. 그래서 백록담을 다녀온 후 잠깐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몸은 지칠 대로 지친 데다가 다시 편도 500m 이상을 올라가야 하므로 많은 사람이 그냥 지나쳐 버린다. 그렇지만 한번 이곳 풍경을 만끽한 사람은 다시 찾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인상에 남는 곳이다.
제주도내 368개 오름 중 분화구 내부에 항상 물이 고여있는 것은 사라오름, 물장오리오름, 물영아리오름, 물찻오름, 금오름 등 5개가 있다. 이중 호수 규모가 가장 큰 것은 사라오름이다. 분화구 내부 둘레는 250m에 이르고, 지름도 80~100m나 되며, 호수 깊이는 1.5m 정도이다.
장마철이나 비가 많이 내린 날 이곳을 찾으면 분화구 가득 물을 품고 있는 신비로운 사라오름을 만나볼 수 있다. 물이 많이 차올라 데크가 잠기면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 올려 건너야 할 정도다.
데크 위를 걸으면서 호수를 바라보면 바람에 일렁이는 물결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수정처럼 맑은 호수물이 바람에 일렁인다. 가끔씩 한라산을 넘어가는 새들이 물 위를 스치듯 날아다닌다.
겨울에는 분화구 배부가 온통 하얗다. 분화구 내부의 물이 얼어 분화구 위에 눈이 쌓여 마치 드넓은 아이스링크처럼 보인다.
하얀 눈이 쌓인 분화구 내부에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있는 풀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해발 1300m의 고산지대에서 폭설도 이겨내고, 휘몰아치는 거센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영하 수십 도의 추위도 이겨내면서 따스한 봄을 기다리고 있다.
소낙비가 내리는 날 이곳을 찾아도 좋다. 우두둑 쏟아지는 소낙비가 산책로 주변의 나뭇가지들을 일깨운다. 나무들이 놀라 잎에 머금은 빗물을 호수로 흘러 보낸다. 호수의 물이 아주 조금씩 조금씩 높아져 간다. 호수로 쏟아지는 빗소리도 정겹다.
사라오름 입구에서부터 좌측으로 분화구를 반 바퀴 돌 수 있도록 나무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나무데크가 끝나는 지점에서 200m 정도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서귀포 시내와 앞바다가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오른쪽으로는 한라산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이곳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풍경 또한 놓치기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