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대록산
대록산은 큰사슴이오름이라고도 불린다. 벚꽃과 유채꽃이 어우러져 10km가량 이어지는 가시리 녹산로와 정석비행장 인근에 있다. 이곳은 주변풍경도 아름답지만, 특히 억새 풍경이 일품이다. 축구장보다 넓은 들판에 억새가 군집을 이룬다.
대록산을 올라가는 길은 두 곳이 있다. 한 곳은 대한항공의 조종사 교육기관인 정석비행장 주차장에서 들어갈 수 있다. 승용차 50대 이상을 주차할 수 있을 만큼 넓다. 주차장에서 200m 정도 가다 보면 오름입구가 있고, 좌측에는 ‘참‧곱다, 농촌교육장’이 있다. 예쁘장하게 꾸며놓은 염색 체험장이다. 참 곱다 공방에서는 천연재료를 발효한 염료를 사용하여 염색한단다. 공터에 널어놓은 다양한 색깔의 천들이 바람에 휘날리며 멋을 부린다. 야외시설도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아서 둘러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
대록산 하단에 도착하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멋진 억새 풍경이 펼쳐진다. 산책로 양옆 드넓은 공터에 억새가 군집을 이루어 나타난다.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길게 이어진다.
억새풍경은 12월이 지나도 변함없다. 겨울 초입인데도 하늘을 향해 꼿꼿이 서있다.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니면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멋지다.
아름다운 가을억새 풍경에 넋을 놓고 보고 있노라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어느 순간 '오늘은 대록산을 올라가려고 왔는데!'라는 생각이 스친다.
오름하단부터는 나무계단 길이 이어진다. 나무들이 우거져 따가운 햇볕을 막아준다. 정상을 향해 걷더라도 방금 전 본 억새가 생각나 자꾸 뒤를 돌아본다. 드넓었던 억새밭이 조그맣게 보인다. 억새풀 하나하나가 사람처럼 보인다. 수많은 사람이 유명가수의 공연장에 밀집해 있다. 가수의 노랫소리에 떼창을 한다. '흥겹다. 즐겁다.'라고 외치는 것 같다.
오름 정상에는 나무의자 두 개가 놓여있다. 이곳에 앉아 주위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한다. 오름의 여왕이라는 따라비오름 풍경이 정면에 펼쳐진다.
우측에는 정석비행장의 활주로가 길게 늘어서 있고, 그 너머로 하얀 투구를 쓴듯한 한라산 모습이 웅장하게 드러나 보인다.
대록산 아래에는 인공으로 조성한 연못이 있다. 연못가 나무아래에 의자도 놓여있다. 주변 억새밭와 그 너머에 있는 풍력발전기, 그리고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이 연못 속으로 들어온다. 멋진 풍경이 연출된다. 이를 보는 두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호강을 하는 날이다.
연못 둘레를 돌아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볼만하다. 커다란 대록산이 뒷배경이 되어주고,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해 보이는 나무아래 나무의자 한 개가 놓여있다. 액자 속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