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아끈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은 오름의 왕이라고 불리는 다랑쉬오름 바로 옆에 있다. 제주말로 아끈은 작다는 것을 의미하며, 작은 다랑쉬라는 의미이다. 이 오름은 높이가 58m밖에 되지않는다. 그렇지만, 오름 전체가 억새로 덮여 가을에 방문하면 잊지못할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오름 입구에는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사고로 인한 책임을 지지 않으니 유의해 달라'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사유지라서 별도로 산책로를 조성해 두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 자연스럽게 산책로로 만들어 있다. 그래서 풀어 걸려 넘어지거나, 비가 내린 다음날에는 미끄러지기도 한다. 가끔 풀밭에서 자그마한 뱀을 만나기도 한다.
이곳은 온통 억새로 이루어진 오름이다. 그래서 동서남북 어디를 가든지 억새뿐이다. 분화구 둘레길을 걸으면서 방향따라 조금씩 달라보이는 풍경을 감상하면 좋다.
북동쪽을 바라보면 억새 위로 다랑쉬오름이 봉긋 드러나 보인다. 마치 밀집모자처럼 보인다.
남족을 바라보면 손지오름, 동검은이오름 전경이 펼쳐진다. 흩날리는 억새 위에서 세상살이 근심걱정을 모두 놓아버리고 포근하게 쉬고있는 듯 느껴진다.
서쪽으로는 한라산이 아스라이 비친다. 이곳 억새만으로는 가릴 수 없이 크고 웅장하다. 억새마저도 한라산 위용에 준훅이 들었나 보다.
동쪽으로는 성산일출봉과 지미봉 그리고 제주바다가 다가온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가 흩날린다. 조화롭다. 그리고 멋지다.
아끈다랑쉬오름 분화구 내부를 바라보면 가을억새의 정수를 맛보게 된다. 하늘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억새뿐이다. 가끔 바람에 흩난린다. 억새소리가 정겹다. 함참을 자리를 뜨지 못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떠오른 아침 해가 이곳에 머문다.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억새가 아름다운 풍경에 정점을 찍는다. 보는 것 자체로도 즐겁다.
억새밭에서 촬영한 사진은 어떻게 찍든 모두 인생 샷처럼 잘 나온다. 많은 사람이 한마디씩 한다. '이렇게 조그마한 오름에서 이런 멋진 광경을 보게 되다니 전혀 기대하지 못했다', ‘조그맣다고 무시하고 안 올라왔다면 많이 많이 후회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