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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욱 May 25. 2024

9화. 설날! 워싱턴 차이나타운 풍경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설날, 워싱턴 DC 차이나타운


영하의 날씨에 매서운 바람까지 불어 닥친 설날 (2007. 2.18) 오후 워싱턴 DC의 도심 H 스트리트, 차이나타운. 내린 눈이 녹지 않고 도로에 얼어붙었는데도 차이나타운 거리에는 중국인을 포함한 아시아인은 물론 피부 색깔에 상관없이 모든 인종의 사람들로 넘쳐났다.

       

특히 높이 18미터의 ‘Friendship Archway’를 중심으로 한 사거리가 더욱 붐볐다. 한자로 중국성(中國城)이라고 적힌 ‘Friendship Archway’는 워싱턴 DC 당국이 베이징 시 당국과의 우호를 다지기 위해 지난 86년 만들어 기증한 것이다.


7000개의 붉고 노란 타일과 272마리의 용으로 장식돼 있는 명-청 시대 스타일의 이 문은 Alfred H. Liu라는 건축가가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성이라는 한자어가 선명한 Friendship Archway

추운 날씨 탓에 중무장한 어린아이에서부터 나이 많은 백인 할머니까지, 모두 음력 설 행사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윽고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워싱턴에서 자리 잡은 중국 화교들이 선두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눈에 띄는 건 이들이 들고 있는 청천백일기(靑天白日旗), 타이완의 국기였다. 미국이 중국과 핑퐁외교를 통해 관계를 개선한 지 35년이 됐지만 중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베이징 시 당국과의 우정을 위해 만든 ‘Friendship Archway’아래에 오성홍기 대신 청천백일기만이 나부끼는 건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다.


그만큼 워싱턴 DC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은 여전히 타이완의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1930년대 중국 이민자들이 워싱턴 DC에 처음 정착할 땐 대부분이 이른바 ‘하나의 중국’에서 왔겠지만 말이다.  

설날 중국사람들의 행진

차이나타운 퍼레이드의 백미는 아무래도 사자춤이다. 황비홍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날렵한 움직임을 자랑하며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기다란 용을 든 한 무리의 사람들도 빠지지 않았다.

설날 워싱턴 차이나 타운 사자춤 퍼레이드

이번 음력 설맞이 퍼레이드를 안내하는 워싱턴 DC 당국의 홈페이지를 보면 올해가 중국력으로 4705년, 돼지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돼지해에 태어난 사람은 따뜻하고 친절하면서도 어떤 일을 맡겨도 잘 해 내는 용기와 힘을 가지고 있다고 적혀 있다.


그런 설명 탓일까?  거리 노점상에서는 분홍색 돼지 인형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퍼레이드 마지막은 워싱턴 DC 남동쪽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밴드부가 장식했다. 중국과 미국의 우호를 증진시키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여겨졌지만 밴드부 전원이 흑인학생이라는 점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 DC 전체인구 57만명 가운데 흑인이 60%인 34만명을 차지한다는 2000년의 인구 센서스가 실감났다. 참고로 워싱턴 DC의 아시아인은 1만5천명, 약 3%로 중국인-베트남인-한국인 순이라고 한다.


 해마다 차이나타운에서 거행되는 음력 설 퍼레이드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중국인들에게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올해 39살인 Kristina Lew라는 중국 여성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9살과 13살 난 자기 아이들이 처음엔 단순한 재미 차원이었는데 자랄수록 점점 더 전통에 대해 생각하면서 퍼레이드에 참가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은 음력 설 퍼레이드를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 전통을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통로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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