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욱 May 26. 2024

10화. Fairfax 초교 ‘부모참여’ 수업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아빠 왜 연습을 안 해?  

부모님들을 초대해 발표한다면서 왜 연습을 안 하는지 잘 모르겠어”  


초등학생 아이가 ‘글짓기 수업’ 발표를 하루 앞둔 저녁에 한 말이다.


“한국에서는 부모님이 오시기로 하면 며칠 전부터 연습을 하잖아, 그런데 여기 미국은 왜 안 그래?”     


다음날 초등학교 2학년들의 ‘글짓기 수업’ 발표를 보러 갔다. 

    

발표 내용은 학생들이 지난 두 달 동안 ‘글 짓기 수업’ 시간에 직접 지은 이야기였다.  한 반 20명 남짓 되는 학생들이 둥근 탁자 4곳에, 대 여섯 명 씩 나눠 앉았고 부모들이 자기 아이들 옆에 자리를 잡았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자신들이 지은 이야기를 책처럼 만들어 갖고 있었다.      

발표는 각 탁자별로 진행됐다. 마치 분임토의 같은 모습이었다. 


학생들이 돌아가며 자기가 지은 이야기책을 읽었다.이야기 주제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해적선의 모험, 공룡시대 이야기 등으로 그 또래 어린이들이 가질 법한 관심사를 그대로 반영했다. 물론 이야기를 또박또박 잘 읽고 설명하는 학생도 있고, 수줍게 낮은 목소리로 읽는 학생도 있었다.      


이야기 책을 모두 읽은 다음은 질의 응답 순서였다.


왜 그 주제를 선택했는지, 주인공 이름을 독특하게 지은 이유가 따로 있는지, 이야기를 왜 그렇게 마무리했는지 다른 학생들과 부모들이 묻는 질문에 나름대로의 설명을 아주 진지하게 했다.   


학생들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이야기를 들어주고,그들이 왜 그런 이야기를 짓게 됐는지, 생각을 들어주는 부모초청 수업. 그래서 굳이 사전에 연습도 필요 없는, 학생 누구나 할 수 있는 ‘부모 초청 참관 수업’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쓰고, 그 결과물로 학생들의 ‘작은 책자’를 보여주고 토론하는 미국 초등학교의 글짓기 참관수업을 바라보면서 자연스레 우리의 교육 제도와 비교해 보게 됐다.


대개 한국 초등학생들이 미국에 오면 수학을 미국 학생보다 잘한다고 한다. 그래서 소위 ‘한국 학생들은 스마트하다’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그런 말을 자주 접하면 ‘비록 영어는 잘 못하지만 공부가 그렇게 뒤처지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그러면서 은근히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의 대학 수준은 세계 최고인지 몰라도 초. 중등 교육과정은 한국보다 별 반 나을 게 없네’ 라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한 편견 말이다.


그런데 이번 참관수업은 개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유도하는 미국 교육제도를 다시금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TOK///          

이전 10화 9화. 설날! 워싱턴 차이나타운 풍경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