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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욱 May 24. 2024

8화. 악천후 휴교 결정은 신속하게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눈 떴을 때 눈이 내렸어야 하는데” 

     

 일기예보로는 밤사이에 눈이 내린다고 하는데 꼭 내렸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아이의 말이다.      


전세계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눈 내리는 것을 좋아하고 반긴다. 미국에선 다른 이유가 추가될 듯 하다. 눈이 내리면 학교가 2시간 늦게 시작하든지 아니면 아예 휴교하기 때문이다.     


눈이 내리거나 폭우처럼 기상이 매우 나쁠 때 학교가 문을 닫는 이유는 누구나 짐작 하듯이 등교하는 아이들 안전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모든 나라가 학생 안전에 최우선을 둔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 교육 당국의 휴교 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조금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된다. 


내가 사는 버지니아 Fairfax county를 예로 들어 보자.     


먼저 ‘학교 문을 닫을 지, 2시간 늦게 열 지’ 여부는 당일 아침 5시반 까지 결정한다.  아침 6시면 학생들은 등교 준비를, 부모들은 출근 준비를 하거나 아니면 이른 경우엔 이미 집을 나섰을 수도 있기 때문이란다.  

악천후 휴교에 대비하라는 가정 통신문

결정을 내릴 땐 거의 모든 행정기관 관계자들이 협의한다. 교육당국은 물론, 기상청, 고속도로국, 버스 같은 대량 수송 수단 담당자, 경찰, 다른 지역 학교기관들까지 전화 회의에 참석한다.  


고속도로국과 경찰은 도로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학교 버스 수송 직원들은 실제 도로가 어떤 상태인지 학교 주변과 스쿨버스 통학 노선을 직접 버스를 몰고 운전해 본 뒤 판단한다. 


도로 뿐만이 아니다. 과연 주차장과 보도에는 눈이 얼마나 쌓였는지, 치운다면 얼마나 걸릴지 건물관리 직원들과도 상의한다.  특히 주차장의 안전 확보가 중요한 체크 포인트라고 한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최종 결정은 교육감이 내린다. 결정 이후엔 신속하게 전파한다.     


우선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휴교 여부를 알리고, 자동 응답 전화 서비스도 한다. 영어와 한국어, 스페인어로 제공된다. 부모들에게는 e-mail을 통해 이 사실을 공지한다. 


각 지역 방송은 아침 내내 하단 자막으로 ‘어느 지역 학교는 휴교’, ‘어느 지역 학교는 2시간 늦게 등교’라는 사실을 내 보낸다.  

    

악천후 때 휴교에 대한 의사 결정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하는 건 조금 부럽다.     

휴교 결정을 알리는 교육당국 홈페이지 게시판

한 두 해 전인가,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물난리가 났을 때였다. 등굣길에 나섰다가 폭우로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던 중학생 남매가 불어난 개천 물에 휩쓸려 숨진 적이 있다. 안타까운 뉴스였다. 비가 그렇게 많이 왔고 또 내리는 데도 왜 학생들은 아침에 학교에 가야만 했을까? 

      

우리나라에선 비가 많이 내리거나 날씨가 안 좋을 경우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상당부분 부모의 몫이다. 


물론 장마가 진다든지 집중 폭우가 내리면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 결정을 하라고 지시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하지만 과연 교장 단독으로 휴교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기상과 도로 상태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 휴교하면 연간 수업일수에는 차질을 불러오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하지 않을까? 

      

때문에 악천후로 인한 휴교 결정은 학교장보다는 상위 행정기관에서 더 많은 정보와 정책 재량을 토대로 판단을 내리는, 그런 제도가 정착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악천후로 인한 휴교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일기예보다.  밤사이 많은 눈이 온다고 예보했는데 눈이 안 오면?  집중호우가 어느 지역에 내린다고 했는데 정작 다른 지역에 더 많이 오면? 


학교 휴교 결정과정을 설명하는 버지니아 Fairfax county 교육청 안내서의 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우리 모두는 제 정신이지요? 이 지역의 일기를 예보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최소한 조금은 과감하고 무모하여야 합니다.” ///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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