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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욱 May 29. 2024

13화. 400년 흐른 '포카혼타스' 무대

@ 2007 워싱턴 시간여행

워싱턴 DC에서 남쪽으로 2시간 반 가량 달리면 ‘제임스타운(Jamestown)’이라는 도시와 만난다. 1607년 영국인 104명이 4개월간의 항해 끝에 도착한 땅이다.


영국 청교도들이 메이 플라워 호를 타고 미국 땅을 밟은 게 1620년이니 청교도들보다 13년이 앞선, 영국인의 첫 미국 정착지이다.     

그래서 2007년 미국 버지니아 주에서는 ‘정착 400주년’을 맞아 자동차 번호판에 ‘제임스타운 정착 400주년’이란 문구를 새겨 홍보하고 있으며 각종 행사를 2007년 한 해 내내 계속할 계획이라고 한다.


처음 배를 댄 제임스 강변엔 4백 년 전 영국인들이 타고 온 배 3척의 복제품이 전시돼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으며, 나무로 방벽을 세운 뒤 만든 영국인의 주둔지, 제임스 포트와 이 지역 원주민인 소위 아메리카 인디언의 마을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1607년 영국인이 타고 온 배를 복제한 선박

이곳을 소개한 책자와 신문 광고 문구에는 “1607년 처음 도착한 104명의 영국인들은 낯선 기후와 식량. 식수의 부족, 질병 등으로 정착 초기 3분의 1 가량이 목숨을 잃었으며 1613년 담배를 재배하면서 비로소 번성하기 시작했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서 “미국이라는 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이들이 겪은 고난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구는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다. 역사학자 하워드 진의 책을 인용해 보자     


 ‘영국인 104명이 닻을 내리자 포우하탄(Powhatan)추장과 원주민-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자신의 땅에 자리 잡은 영국인들을 공격하지 않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음식을 원하는 영국인들과 거래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싹튼 영국인과 포우하탄 추장의 딸 ‘포카혼타스’ 사이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게 디즈니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이다.     

제임스타운에 재현된 인디언 부족의 집 외부

하지만 양측의 관계는 ‘1610년 대기근을 촉매로 바뀌게 된다. 먹을 것이 부족해지자 일부 영국인들은 아예 주둔지를 떠나 인디언들과 합류했다.


영국인 주둔지 통치자(Governor)는 인디언 마을에 정착한 영국인들을 돌려보내라고 요구했지만 인디언들은 이를 거절했다. 그러자 주둔지 통치자는 인디언 마을을 습격해 불태우고 인디언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613년 담배 재배로 영국인 주둔지가 번성해지자 더 많은 영국인들이 몰려왔고 이는 곧 양측의 전면전으로 확대된다.’     

제인스타운에 재현된 인디언 부족의 집 내부

이후 미국의 역사 특히 미국 서부 개척사는 아메리카 인디언이 사실상 소멸해가는 과정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1890년 발생한 이른바 ‘운디드 니’ 학살 사건은 사실상 백인과 인디언사이의 전쟁이 백인의 승리로 끝났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1492년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도착했을 때 북미 지역에만 5백 만 명의 원주민이 거주했던 것으로 인구 학자들은 추산한다.


하지만 20세기 초 백인과 인디언의 전쟁이 끝났을 때 인디언들의 수는 25 만 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20세기 들어서면서 각종 법률과 정책, 그리고 인디언 권리를 찾는 이른바 ‘레드 파워’ 운동 등으로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미국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고 또 그들만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워싱턴 DC와 뉴욕 등지에는 미국 인디언 박물관이 건립돼 인디언들의 옷차림과 식생활, 생활 풍습 등 그들의 문화를 보존하고 있고 각종 지명과 도로 이름에도 인디언의 자취가 많이 남아있다.      


또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American), '아시아계 미국인(Asian American)'이라는 말처럼 기존 ‘아메리카 인디언(American Indian)’이라는 표현 대신 ‘Native American’이라는 말이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제임스타운 당시 생활상을 재현한 모습

하지만 400년 전 영국인들이 정착하기 훨씬 이전부터 미국 대륙의 주인이었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후손들은 지금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정착 4백주년 기념 행사’를 어떤 심정으로 바라볼까?      


비록 인디언 문화가 미국의 한 부분이고 ‘토착 미국인’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지만 그들의 수는 미국 인구 2억 8천 만 명 가운데 0.9%인 240만 명이라고 2000년 실시한 미국 인구 센서스에서 밝히고 있다.


백인이나 흑인 같은 다른 인종과 피가 섞인 인디언까지 합해도 인구의 1.5%를 겨우 차지할 뿐이다.

      

물론 그게 정복과 피정복의 역사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지만.....///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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