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16
거듭해서 이야기하지만 A는 나에게 천사 같은 아이였다. 사람들이 말하는 A의 일화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A가 눈 앞에서 선생님을 때리는 걸 보고서도 전조 현상을 캐치하지 못한 탓이려니 했다. A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때 옆에서 조언을 하면 A는 내 말대로 해보곤 했다. A는 내가 손을 잡고 있을 땐 그저 얌전히 따라 왔다. 물론 가끔씩 내 손에서 도망가 자신이 집착하는fixation 대상에 돌진한 적도 있었지만 다행히 언제나 실패로 끝났다.
A는 걸음이 느려 손을 잡고 걸으면서도 나보다 살짝 뒤로 처졌는데, 가끔 걷다가 내 냄새를 맡으려는 듯이 공기 중을 킁킁거리곤 했다. 그러고 보면 공기 중 뿐만 아니라 내 어깨 뒤에도 코를 묻고 냄새를 짧게 맡은 적이 있었다. 이걸 주의를 줘야할지 말지 망설였던 기억이 난다. 성적인 건지 아닌건지 의도를 가늠할 수 없었으니까. 그 당시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원 봉사자들의 고민 창구가 없는 것은, 그리고 수퍼바이저란 존재의 부재는 나중에 큰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A는 가끔 수업 시간에 소리를 지르곤 했다. 빼애애애액. 그 당시 내가 그 누구의 전조 현상을 못 읽었듯 A의 비명 지르기도 도저히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수업 시간에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내가 말려도 듣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은 경고를 몇 번 했다. A. 소리 지르지 마. 소리 지르면 안돼. 그 말을 들으면 A가 여기 있을 아이가 아니었겠지. A는 담임선생님의 경고를 무시하고 소리를 또 질렀다. 그러면 이제 담임선생님이 다가온다. A에게. A에게 다가와서, A의 양손을 잡아 책상 위에 올려놓고, A의 손톱 밑의 여린 살을 자신의 손톱으로 꽈아악 짓눌러 버리는 거다. A는 당연히 아파했다. 그리곤 조용해졌다. 처음 그 행동을 봤을 때 저거 혹시 학대가 아닌건가...? 하고 의문을 가졌을 정도로 당황했다. 저건 체벌일 수도 없다. 너무도 당연하고 엄연히 육체적 학대였다. 어느 세상에 학교에서 선생이 학생의 살을 손톱으로 꼬집는단 말인가. 부모가 눈치 채지 못할 교묘한 곳을 골라서 손톱으로 누르는 게 학대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담임 선생님은 마치 그 반에 어른이 두 명이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그 행동은 너무나 당연히 이어졌다. 공익근무요원이나 나나, 사실 존재하지 않는게 맞았을지도 모른다. 그 행동을 우리 둘 다 막지 못했으니까. 아니 막지 않았으니까. 특수 학교에서 장애아를 학대하는 것을 막는 시스템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