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작가 Jul 04. 2024

나는솔로, 남규홍 PD 사태에 대하여

  나의 방송작가 생활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려던 도중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건이 있어 잠시 샛길로 빠지려 한다. 아니 사실 다음에 이어질 나의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는 사건이기도 하다.  지금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현직 방송작가로서 아주 주관적인 생각과 입장으로 적는 내용임을 미리 밝히며 개개인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표현의 자유를 핑계삼는 한풀이다.    


  올해 4월 경 방송가에서 뜨거운 도마에 오른 인물이 있었다. <나는솔로>를 연출한 남규홍 PD다.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남규홍 PD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해보자면 SBS 시사교양국 출신의 PD로 현재 <나는솔로>의 전신이었던 <짝>을 연출했던 PD이다. 이후 SBS를 퇴사하고 ‘촌장엔터테인먼트’라는 외주 제작사를 만들어 <스트레인지> => <나는솔로>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연애리얼리티 프로그램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남규홍 PD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사건은 서울스포츠 기자의 단독보도에서 시작되었다. 남규홍 PD가 PD출신의 자신의 딸을 스태프스크롤에 ‘작가’로 올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 딸은 실제로 작가업무를 하였는가? 절대 아니다. 자막을 썼다고 한다. ‘자막은 작가의 일인가?’, 절대 아니다. 방송국마다 프로그램마다 스타일이 다르기는 하지만 편집을 하는 PD들이 온전히 자막을 쓰기도 하고 편집된 영상을 보고 작가들이 쓰는 경우도 있다. 자막을 썼다고 해서 작가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주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자막이라는 것은 편집된 영상의 한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편집을 하면서 그 영상의 의도와 자막이 일치해야 하나의 영상이 완성되는 것이다. 단순히 영상만 편집해서 작가들이 자막을 쓴다면 이 영상이 어떤 의도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로 PD의 의도를 유추해 가면서 내 마음대로 자막을 썼을 때 편집자의 마음에 들 리가 없다. 그렇기에 자막은 영상을 편집하는 PD가 직접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내가 10여 년 넘게 일하면서 작가들이 자막을 썼던 경우는 한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PD들이 편집하고 자막 쓰는 시간이 부족해서 작가들에게 부탁을 하는 경우 도움을 줬던 상황이었다. (PD와 작가들의 업무와 관계에 대해서는 차후에 다른 에피소드들로 더 자세히 풀어나갈 예정이다.)     


  그러면 남규홍 PD는 왜 굳이 PD가 아닌 작가에 이름을 올렸을까?      


  결론은 돈이다. 작가들에게는 재방료를 받을 권리가 있다. 쉽게 설명하면 방송국에서는 완성된 영상물에 대한 권리를 가져가고 작가들은 영상물의 제반이 되었던 원고에 대한 저작권을 가져간다. 영상물이 2차적(재방송)으로 활용된다면 당연히 2차 원고료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99% 프리랜서인 작가들을 대신해서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작가들의 저작물사용료(재방료)를 관리해 주는데 이는 작가협회에 가입된 작가들에 한해서 저작물사용료에 대한 관리를 대신해 준다. (물론 작가협회에 가입되지 않은 작가들의 재방료도 받을 방법은 있지만 이것은 추후 따로 다루겠다.) 하지만 작가협회 가입에는 특별한 조건이 있다. 내가 집필한 방송이 주 1회 기준 60개월 이상 방영되었다는 걸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걸 증명하는 기준이 바로 스태프스크롤인 것이다. (방송작가협회 관련 디테일한 내용들도 차후 에피소드로 풀어낼 예정이다.)

    

  남규홍 PD가 작가들의 재방료를 노리고 굳이 PD스크롤이 아닌 작가스크롤에 딸의 이름을 올렸다고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심지어는 딸도 모자라 본인의 이름과 다른 피디들의 이름까지도 작가 스크롤에 함께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작 가장 큰 문제는 남규홍 PD가 작가들의 재방료를 노리면서도 정작 본인과 함께 일하고 있는 작가들의 재방료에 대한 권리는 철저히 배제했다는 점이다. 프리랜서인 작가들을 위해서 작가협회에서는 표준집필계약서라는 작가들의 권리가 정리되어 있는 계약서를 무료배포하고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프로그램에서 작가들이 일을 시작할 때 이 계약서를 기준으로 계약서를 작성한다. 당연히 계약서 상에는 저작물 권리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데 남규홍 PD는 일하는 작가들과 표준집필계약서를 끝까지 작성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철저히 어린 연차에 작가협회 또한 가입되어있지 않은 작가들로만 작가팀을 꾸려서 외주제작사 대표인 본인의 말에 복종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작가협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어린 연차의 작가들에게 제작사 대표는 너무나 어렵고 무서운 존재였을 것이다. 게다가 잘 나가는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이니까 작가들은 그저 그의 횡포에 가스라이팅 당하면서 노예처럼 일을 했을 것이 자명하다. 어리고 순진한 작가들을 등쳐먹는 파렴치한 그 자체이다.      


  4월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이 사태에 대한 최신 기사가 올라왔다. 결국 모든 작가들이 퇴사하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작가가 끝끝내 표준집필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남규홍 PD를 탄원하는 인터뷰기사가 올라왔다. 결국 마지막 남았던 작가마저 프로그램을 떠나면서 <나는솔로>는 작가가 없는 초유의 프로그램이 되었다.      

이렇게 ‘안하무인’의 끝판왕 격인 남규홍 PD의 만행이 방송작가들 사이에서는 원성이 자자했지만 업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스치듯 지나는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부디 일련의 사건들이 묻히지 않고 세관의 관심을 받아 그가 방송작가들을 폄하하고 무시하는 행보들을 멈추고 상호 존중하는 현명한 PD로 남기를 바란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41717560003483?did=NA

관련 기사 본문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468/0001073193

관련 최신 기사 본문

이전 12화 방송작가의 자부심? 빛 좋은 개살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