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몇 장에 실려 받은 글들은 일종의 포션이 된다.
에너지가 바닥난 게임 캐릭터가 게임을 이어가기 위해 포션을 얻듯,
어딘가 모르게 지치고 주눅 들 때 난 구름들이 보낸 편지를 읽는다.
다른 책 속 구절들은 잘도 기억나면서 이상하게 편지만큼은 머릿속에서 자꾸만 흐려진다.
그래서 보관한다. 작은 쪽지부터 엄청나게 큰 롤링페이퍼까지. 전부 다 -
편지에는 신선도가 있다.
분명 오래전 받았음에도 처음 읽는 것처럼 고마운 마음이 생기고 시야가 부예지는, 상태가 너무 신선한 것.
포장을 막 벗긴 음식처럼 갓 뜯었음에도 오히려 그 파장이 덜 한 것.
꾹꾹 눌러 적은 글들은 대개 전자다.
상대방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과 사랑, 애정을 보여주려 자연스레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다.
두 가지 종류가 뒤섞인 편지 더미를 뒤적이다 보면 그 차이를 체감하고, 반성하게 된다.
나는 과연 신선한 편지만을 배달했는가?
형식적인, 진심이 아니었던 적은 없는가? 한 번도?
글자 하나하나를 적다 손이 저릴 만큼 꾹꾹.
힘을 주어 써야겠다.
낯간지러워 차마 말로는 하지 못하는 말들을 전부 쏟아부어야지.
내 손을 거쳐 간 모든 글이 순애로 범벅되게!
편지 더미 속 사랑과 걱정, 애정을 찾아요. 그리고 고마움을 표현해요.
주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