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라는 이름의 거울
"학생 때나 지금이나 글쓰기는 여전히 어려워."
친구와 나누던 술잔 너머로 문득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글 쓰는 게 쉬운 사람이 어디 있겠어. 글은 원래 어려운 거지."
그의 말에 묵직한 공감이 밀려왔다.
새삼스레 떠오른 건 대학 시절의 기억이었다.
레포트 과제가 나왔을 때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던 그 느낌.
도서관에 틀어박혀 책만 뒤적이던 밤.
한 문장 써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던 그 고통.
시간이 흘러 이젠 마흔이 넘었지만, 글쓰기 앞에선 여전히 머뭇거리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과거엔 싸이월드에, 최근엔 페이스북에, 블로그에, 그리고 브런치에.
어쩌면 글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글 속에서 비로소 내 생각이 숨 쉬기 때문이다.
내면에서 메아리치던 이야기들이 종이 위로 흘러나와야 미묘한 결핍이 해소되는 걸 느낀다.
문득 대학교 은사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글은 네 마음의 거울이다. 글을 통해 너 자신을 들여다보렴."
스무 살 꼬맹이의 눈엔 교수님의 말씀이 심오하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겨우 그 의미를 깨닫는다.
글쓰기는 내 안의 벽을 만나는 일.
그 벽에 비친 내 모습과 마주하는 일이다.
내 글에는 나의 두려움, 열망, 상처, 치유가 있다.
그날그날 느꼈던 희노애락이 있고,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던 흔적들이 남아있다.
글을 쓸수록 점차 내 속에 감춰둔 이야기와 만나게 된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좇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때론 낯설고 어색한 '나'를 목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나를 성장시키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글은 때로 나를 절망케 하지만, 동시에 다시 일으켜 세운다.
한 글자 한 글자가 내 상처를 어루만질 때, 나는 어느새 벽을 넘어서 있는 나를 본다.
꾸준히 쓰다 보면 어느 순간 숨겨왔던 나의 이야기가 종이 위에서 숨 쉬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걸음씩 내면 깊숙이 다가가는 여정이 글쓰기가 아닐까.
누군가 날 보고 "당신은 왜 글을 쓰나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려 한다.
"글 쓰는 나를 찾기 위해서요."
머뭇거리던 스물의 내가, 힘겹게 벽을 넘던 서른의 내가, 지금의 내가 한데 어우러져 종이 위에서 노래한다.
우리는 함께 글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