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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르티잔 Jun 18. 2024

5편 빈터 "타격"  연재소설

“수현 선배 빨리 도망쳐요."

그 일 이후에 수현은 점점 더 학생운동에 몰입했다.

집회가 있으면 언제나 최전방에 있었다. 집회를 막아서는 

전경들이 아버지가 일하던 회사에서 보낸 놈처럼 보였다.


 “가능하면 타격한다.”



이게 수현이 가는 유일한 데모 참가 목표가 되었다. 그날도 수현은 선봉에 있었다.

전투경찰과 교문을 막고 있었다. 수현은 전방에서 전경과 대치하고 있었다.

전경은 방패와 진압봉을 학생들은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 있었다.


 총을 들고 있지 않을 뿐 대한민국의 최전선은 대학생들과 전경들의 싸움이었다.

 멀리 사복을 입은 체포조 일명 백골단도 보였다.    

 

나가려는 학생들과 지키려는 전경들과 싸움….


민주화의 열의에 넘치는 학생들과 징집되어 차출된 전경들 누구도 원하지 않은 싸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경들은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하고 학생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그 자리에 맞서야 했다.     

학생들이 교문을 열고 나가자 곧 전경들이 막았고 최루탄이 쏟아졌다. 


전경들이 악 악 소리를 내며 달려오자 뒤에 있는 학생들이 모두 교문 안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수현이 속해 있는 사수대는 하얀 연기 속에서도 결기 있게 서 있었다.      


수현은 이 시간이 좋았다. 

고립되어 있지만, 동지들과 함께 서 있는 이 시간이 

자신이 살아 있는 느낌이 들었던 날것의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학생들이 뒤로 밀리지 전경들의 진압은 더 거세졌다.


전경들이 수현의 바로 앞에까지 밀려왔지만, 수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수현 선배 빨리 도망쳐요."


멀리서 지숙의 목소리가 들여왔다.

하지만 수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전경들이 수현의 표적으로 잡았다. 

    

“저 자식 오늘은 혼내 주자.”


“지가 무슨 장판파의 장비라도 되는 줄 알아”


전경들은 수현을 벼르고 있었다.

 매번 집회 때마다 선봉에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수현을 전경들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경들도 덩치 큰 수현을 두려워했다.


멀리서 봐도 수현은 다른 학생들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

수현은 185가 넘는 키에 체구가 단단하고 날렵했다. 

다른 학생들의 무거워하는 긴 쇠파이프를 장난감 휘두르듯이 휘둘러 대는

 수현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미 일반 학생들이 모두 도망치고 교문 밖에는 수현과 사수대뿐이라면 상황은 달랐다.


아무리 수현이라도 수백 명의 전경이 몰려들면 상황은 뻔했다. 수현은 전경들이 삼보 앞으로 다가오자 달려 나가 가장 앞에 있던 전경의 방패를 쇠파이프로 내려쳤다. 방패가 쩍 하고 갈라졌다.


“더는 오지 마"


“그리고 손에 화염병에 불을 붙였다.”


“오면 여기서 다 함께 죽는 거야….


 멀리 떨어져 있던 학생들이 수현과 사수대를 보고 힘을 얻어 교문 밖으로 밀려 나왔다. 학생들이 수백 명이 꽃병에 불을 붙여 다가오자 전경들이 다시 후퇴 후퇴를 외쳤다. 수현에게 쇠파이프로 방패를 가지고 있던 전경은 다행히 큰 부상이 없었는지 뛰어서 사라졌다.


”야 수현아"

”너는 전경들이 네 원수라도 되냐 "

”저 친구들도 다 젊은 군인들이야…. "

”살살하자. "

”네…. “


 수현은 이렇게 말했지만, 매번 집회에 나가면 선봉에 있었고 매번 싸웠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수현은 자신의 분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수현도 전경들에게 감정이 없었다. 같은 또래들이었고 그들도 그 자리에 서고 싶어 서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수현도 잘 알고 있었다.     


정권의 하수인은 저들이 아니라 정권에 빌붙어 호의호식하는 놈들이다. 저 전경들은 그저 자신들의 군 복무를 채우기 위해 저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 노동 삼법이 지켜지지 않는 노동현장, 가난한 농민들, 수현의 아버지처럼 산재를 받고도 회사의 회유에 넘어가는 나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학생들도 죄가 없다. 


수현은 늘 머릿속으로 생각했지만, 막상 집회에 나가면 자기도 모르게 과격하게 변했다.   

   

지숙은 두려움 없는 수현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언제 불행한 일이 닥칠 것 같아 매번 맘을 졸였다.


“수현 선배 저러다가 뭔 일 나지… “   지숙은 늘 불안했다.


나경은 수현이 저렇게 된 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이 수현이 

집회 현장에 나오면 어떻게 든 수현을 도우려고 애를 썼다. 

강진은.....  -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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