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급여로 책 사기-2탄
조건은 이랬다.
책의 첫 10쪽을 읽었을 때 흥미로운지, 그리고 무작위로 50쪽을 펼쳐 읽었을 때도 여전히 끌리는지.
작가의 경력도 살펴보고, 책의 내용도 조사했다.
솔직히, 18,000원짜리 책은 10,000원 정도면 적당할 것 같았고, 어떤 책은 8,000원이면 딱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머지 두 권을 내려놓으려던 순간—
또다시 망설여졌다.
이를 악물고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정말 이대로 보내는 건가?
읽다가 웃었고, 예상치 못한 전개에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했잖아.
그때 떠오른 말이 나의 머리를 스쳤다.
아버지가 하시던 말, 그리고 주변 선생님이 하시던 말.
"정말 간절히 사고 싶은 책이 있다면,
돈을 아낀다는 이유로 포기하지 말고 사라."
하... 내가 졌다.
그냥 사버렸다. 다섯 권을.
그중 한 권은 데미안.
최근 고전문학을 미니북으로 들고 다니며, 핸드폰 대신 읽는 습관이 생겼다.
마침 이방인을 다 읽었으니, 다음 책이 필요했다.
그리고, 이렇게 허리를 혹사하며 번 돈으로
총 68,000원을 들여 산 다섯 권의 책.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읽고, 분석까지 하겠다.
사실, 돈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좀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릇의 크기'의 문제였다.
단순한 욕구에 굴복했다는 패배감과, 이 선택이 과연 옳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만약 내 소비 습관이 결국 허무한 충동구매로 끝난다면,
손을 잘라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일, 쉬는 날.
이 책들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새로운 세계에 빠질 생각을 하니,
불안과 설렘이 공존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