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급여로 책 사기. 1탄
최근 알바를 하면서 1,000원, 2,000원 하나하나가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교통비가 나가는 것도 예민하게 신경 쓰이곤 한다.
아무튼, 오늘도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청소를 하고,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 후, 어제 사려고 했던 책이 떠올랐다.
<천국에서 온 택배 2.> 이번 주 월요일에 번역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교보문고로 향했다.
(이 작가의 작품과 문체를 좋아해서, 언제 어디서나 가방에 넣어 다닌다.
알바를 갈 때도, 찬양하러 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하...
책 한 권만 사려고 했던 계획이 순식간에 흔들렸다.
예전부터 찜해둔 책들,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의 표지가 눈에 들어오자, 하나둘씩 펼쳐서 읽어보게 됐다. 그리고 금세 빠져버렸다...
이렇게 고민하며 책들을 하나씩 정리해 봤다.
어느새 1시간 30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저기에 적힌 것 이외에도 다양하게 사진으로도
찍어놨다.
새로운 책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즐겁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사버릴 수도 없는 일.
예전 같았으면 충동적으로 집어 들었겠지만,
이제는 돈을 함부로 쓰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읽겠다고 사놓고선
아직 펼쳐보지 않은 책들도 있으니까.
게다가 오후 8시에는 찬양팀 연주가 있었다.
남은 시간은 30분. 그 안에 살 책을 결정해야 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애초에
<천국에서 온 택배 2> 한 권만 사려고 했고,
그것도 16,000원이나 하는 책이라
큰마음먹고 온 건데... 다른 책들까지 사고 싶다는 욕구에 흔들리는 나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
할인을 찾아보려고 당근마켓도,
알라딘 중고서점도 기웃거려 봤다.
물론 일부 책들은 따로 저렴하게 파는 곳이 있어서 찜해두었다.
그렇게 또다시 수십 분을 고민했다.
책을 사려던 본래의 목적을 떠올리며,
남은 짧은 시간 동안 최종 결정을 내리기 위해 다시 한번 그 책들을 펼쳐봤다.
정말 재미있는지,
몰입할 수 있는지,
나를 끌어당기는지.
작품을 분석했을 때,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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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냉정하게 선별한 네 권.
하지만 그 네 권조차도 마지막 순간까지 다시 한번 읽어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무겁게만 느껴지는 이 책 네 권.
한 권당 시급이 얼마야…?
이 생각이 드는 순간,
지난날의 고된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뜨거운 물을 옮기며 땀인지,
설거지 물인지도 모르게 젖어버린 옷과 몸.
밀려오는 식판들을 정리하다 허리에 찌릿한 통증이 와서 약을 바르던 날.
그렇게 지쳐도, 그래도 버텨야 했던 시간들.
그 모든 순간들이 책 한 권의 값으로 환산되듯 떠올랐다.
그런데 이 책들은 마땅히 할인된 곳도 없고, 중고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이 중에서 두 권은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하...
과연 이 책들을 사도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