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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부터, 신입과 기싸움.

사회생활 적응하기 1탄.

by 잉크 뭉치

신입이 들어왔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신입에게 자식이 있고,

그 자식의 나이가 서른한 살이라고 한다.



하… 역시, 내가 막내인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사건의 시작은 커피였던 것 같다.



나는 그것이 잘못됐다는 걸 몰랐다.

뒤늦게 큰 이모를 통해 알게 되었을 뿐이다.



신입 아줌마와 통성명을 나눈 지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양파를 까던 그녀가 나를 불렀다.



"이봐! 학생, 나 커피 좀 타 와."



"옙! 알겠습니다."



나는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커피를 타오는 과정에서 요리하는 실장님의 물 심부름을 하며 깨달았다.



신입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이제껏 커피 심부름을 시킨 적이 없었다는 것을.



어차피 우리 어머님 나이대의 심부름이니,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평소처럼 세척기를 돌리고, 식판을 나르며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진짜 정신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 것은 신입 아줌마와 초보 엄마의 작은 기싸움,

내지는 충돌 때문이었다.



밀려오는 식판의 음식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방식의 차이가 문제가 된 것이다.



신입 아줌마는 내가 식판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더니, 내 손에서 식판을 빼앗으며 말했다.



"그렇게 하면 속도가 안 나!"



그리고는 내 자리를 차지했다.



"옙, 알겠습니다!"



나는 베테랑의 솜씨를 배워야겠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싱크대에 음식물이 쌓이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예전에 나도 그렇게 했다가 방식이 잘못되었음을 초보 엄마에게 지적받았던 일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 여유로워진 손으로 세척기에 그릇을 나르던 중, 탕탕! 식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초보 엄마와 나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음을 직감한 초보 엄마는 신입 아줌마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신입 아줌마는 무거운 식판을 쾅 내려놓고 초보 엄마를 돌아봤다.



초보 엄마는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하면 나중에 저희가 음식물 쓰레기를 치울 때, 구석까지 내려가서 정리하기 더 힘들어요. 원래 하던 방식은—"



신입 아줌마는 음식물을 한 줌에 쥐더니 턱! 하고 짬통에 버리며 눈을 날카롭게 떴다.



"내가 알아서 할게."



그녀의 말투에는 자신의 영역과 방식에 훈수를 두지 말라는, 간접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초보 엄마는 한숨을 푹 내쉬며 돌아섰다.



그러다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눈살을 찌푸린 채 낮게 중얼거렸다.




"짜증 나네."




주방의 혼란 속에서 그 신입만이 마치 자신만의 구역을 만들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듯했다.



식판을 탕탕 소리 내며 치우는 모습이 유난히 부각됐다.



그 세계는 우리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한숨을 삼켰다.



앞으로 이 사람과 부딪쳐야 할 날들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함, 끝없는 스트레스, 쌓여갈 피로감.



정신없는 주방에서, 우리는 다시금 눈빛을

교환했다.



아마 같은 예감을 한 모양이다.



앞으로 닥쳐올 불길함을 말이다.



제발, 이번만큼은 이 예감이 틀리길 바란다.



사장님도 약간의 어색함을 눈치챈 듯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다시 일에 착수했다.



세척기에서 나온 그릇을 옮기며, 나는 생각했다.



'이게 흔히 말하는.. 사회생활의 일환인가?'



도대체 나는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하는 걸까?



아직 큰 이모는 이런 사태를 눈치채지 못한 것 같은데…



세척기에서 나온 그릇을 모두 치운 뒤,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눈에 들어온 것은 축축하게 낀 빨간

고무장갑뿐이었다.



지난주 금요일까지만 일하고 나간 베트남 아줌마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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