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 적응하기 2탄.
정신없는 구내식당 주방.
식재료 써는 소리, 냄비 끓는 소리, 사람들 사이를 오가는 쟁반 소리가 뒤엉켜 시끄럽게 울렸다.
그 혼란 속에서, 나는 문득 어떤 직감이 스쳤다.
‘신입 아줌마 어디 갔지?’
나는 세척기에서 나오는 그릇을 다 나른 뒤, 고개를 돌려 주방을 훑었다. 분명 세척기 앞에서 그릇을 나르거나, 바닥을 닦고 있어야 할 텐데…
시야는 소란한 틈새를 뚫고 멀리까지 닿았다. 배식구 너머, 식당 문 입구 옆 정수기 옆에 서서 잠시 숨을 돌리는 신입 아줌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이런 생각이 스쳤다.
‘같은 일급을 받는다고?'
사실, 그 신입 아줌마는 요구가 많았다.
한정된 뜨거운 물을 자기 싱크대 쪽으로 돌려달라 하거나, 쌓여가는 설거지 그릇을 보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과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나는 도와주는 일이 그리 힘들진 않았다. 하지만 초보 엄마는 달랐다. 그 신입의 태도가 못마땅한 눈치였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우리도 식사를 하게 됐다. 신입 아줌마는 아직 남은 손님들과 식사 중이었고, 그래서 첫날은 함께 밥을 먹지 못했다.
나는 초보 엄마, 큰 이모와 함께 한 테이블에 앉아 밥을 먹었다. 식사 중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아침부터 보쌈 쌈을 싸서 입에 넣어주던 큰 이모.
그런 큰 이모가 신입 아줌마와 양파를 까면서 웃는 그 모습을 봤던 나는, 그녀가 신입을 마음에 들어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저 아줌마, 양파 깎는 요령이 없나 봐.
내가 혼자 다 했다니깐.”
뜻밖의 말이 큰 이모 입에서 흘러나왔다.
“경력자라며, 다 할 줄 안다고 해서 뽑았는데 자꾸 딴짓을 해. 그것도 첫날부터.”
초보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큰 이모의 말을 위로처럼 받아들였다. 나도 어쩔 수 없이 말을 보탰다.
“사실… 오늘 일하면서 언니랑 그분이랑 부딪혔어요.”
큰 이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초보 엄마를 바라봤다.
“왜? 무슨 일 있었는데?”
“하… 제가 여기서 배운 것도 있고, 주방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요?
식판 나르면서 하면 안 되는 방식이 있는데,
계속 그 방식을 고집하면서는,
참견하지 말라잖아요.
이제 어떡해요… 저거, 음식물 밑까지 다 쌓일 텐데…”
아무래도 적지 않은 나이에, 조심스럽게 방법을 알려주려다 고집을 꺾지 않는 신입의 태도에 무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첫날부터 괜히 부딪히기 싫어서 꾹 참았지만,
그만큼 초보 엄마의 자존심이 상한 게 느껴졌다.
“하… 안 되겠네. 나도 비슷한 일 있었어. 계속 물 받아 마시고 할 일 없다는 거야. 손재주도 없으면서 거드름만 부리고.”
큰 이모는 자기가 6시부터 나와 식재료 손질부터 모든 걸 준비해 온 이야기를 하며, 신입의 태도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하… 지난주에 간 베트남 언니가 그립네요.”
초보 엄마가 말하자, 나도 따라 말했다.
“그러게요..”
“사실 너 오기 전에도 베트남 부부가 있었는데, 그 아저씨가 일을 엄청 잘했거든.
지금 우리가 쓰는 식판 정리 방식도 그분 덕에 정립됐지.
그분 와이프는 일이 좀 느렸지만.”
큰 이모는 피식 웃으며 덧붙였다.
“맞아. 그분 혼자 2인분 했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 틈을 타, 큰 이모가 비밀이라도 말하듯 고개를 살짝 숙여 초보 엄마의 귓가에 속삭였다.
“너, 아까 아침에 봤지? 그 새로 온 아줌마,
초면에 막내한테 가서 커피 타오라고 하던거?”
초보 엄마가 놀란 듯한 눈빛을 보냈고, 나는 서둘러 말했다.
“아… 아닙니다. 제가 나이도 가장 어리고, 경험도 부족한데...”
그러나 큰 이모는 내 말을 끊었다.
“아니, 아무리 나이가 있어도 그렇지.
초면에 일하러 온 사람한테 커피 타오라니,
그게 어디서 배워먹은 버릇이야?
여기 일하러 온 거지, 커피 타러 온 거야?
네가 먼저 가서 ‘제가 커피라도 타올까요?’ 하고 권하는 건 몰라.
근데, 처음부터 나이가 있다고 당연한 듯이 시키는 건… 그건 진짜 아니지. 예의가 아니야.”
나는 조용히 대답했다.
"아.. 옙.."
그때, 조금 떨어져 있던 사장님이 우리 쪽을 힐끗 바라봤다.
큰 이모와 사장님은 눈빛을 교환하며,
입 모양으로 조심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어떤 거 같아?"
"아닌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