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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단배

by 잉크 뭉치

땀방울, 함부로 흘리지 마라.

아직 쉴 수 있는 때가 오지 않았다.

돛단배는 닻을 올렸고,

지금은 기울 수 없는 시간이다.



방심하지 말자.

허리를 숙이지 말자.

쏟아지는 빗줄기에도

조금 더, 고개를 들자.

지친 영혼이 그늘을 찾기 전까진

물결 위에서 견뎌야 하니까.



수많은 생각에 휘말려

조타를 놓치면,

그 끝에 닿지 못한다.

그러니 늘 하던 대로 가자.

하던 대로, 그대로.



과거의 지도는 찢어졌고,

미래의 항로는 아직 그려지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그저 떠밀려 가는 작은 배.



삶을 논해봤자

모두를 실을 수 없다.

밤이 깊어질수록

엇나가는 피아노 음처럼

사소한 것들이

의미처럼 들려온다.



그 소리들이

하찮아 보여도,

들리는 이상,

그 하나라도 믿고

글을 써보자.



모든 것에

가치란 건 없다.

부여하는 이가 있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그런고로

돛단배의 여정에

시작과 끝이 어딨겠는가.

그저 내가

생각을 그만두는 순간,

그곳이

이 여정의 ‘중간’ 일뿐.



파도가 그친 아침,

돛단배는 천천히 가라앉는다.

다짐 하나 남긴 채

다음 삶에선

물결이 아닌,

흙 위를 걸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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