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신고.
시간을 바쳐서 돈을 버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꿈을 꾸든, 그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 한계라는 것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온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하고 있는 중인데, 그 일이 내 휴학 계획이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마치 그저 삶이 지나가는 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브런치에 올릴 글을 오랜만에 보니, 그래도 글을 적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알바.
알바를 그만두고, 새로운 알바를 구했다. 이번에는 내 개인적인 일도 할 수 있는 난이도가 낮은 알바로, 결국 설거지 알바를 선택했지만, 다른 점은 요리 보조도 함께 한다는 것이다.
구내식당에서는 하루에 500명에서 700명까지 상대해야 했다면, 이번에 일할 곳은 손님은 적지만, 좁은 1평 크기의 주방에서 3명이서 함께 움직여야 하는 곳이다.
처음에는 일용직으로 지원했지만, 면접을 보러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갔다. 그리고 면접을 본 후, 이미 일용직은 다 뽑았다고 하면서도, 덜컥 앞으로 계속 같이 일할 사람으로 채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건네며 면접이 시작되었다.
복학 계획이나 군 문제 등 기본적인 얘기들이 오갔고, 결국 이번 주 금요일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내가 "구내식당 알바" 경력이 있던 것이 합격의 비결이었던 것 같다. 뽑히는 사람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이렇게나 덜컥 뽑힐 줄은 몰랐다.
다만, 금요일부터 출근하는 이유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군대에서 휴가 온 친구와의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며 생각한 것들을 적어본다.
책을 수십 번 읽어봐야, 그것을 실제로 적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아는 것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노력을 들여도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결과는 적다.
그런 현실에 안주해서 살아간다면, 결국 월세만 내다가 지나가는 인생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한 번뿐인 인생”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번 살아본 사람처럼 앞날을 살아간다.
핸드폰을 덮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공부를 시작하려 해도, 결국은 작심삼일이다.
잠깐의 괴로움은 있지만, 그 괴로움의 끝이 무엇일지 모른다.
그저, 삶을 논하기 전에, 먼저 뛰어들어 다쳐봐야 그 교훈이 몇 배로 강하게 온다.
생각한다고 방구석에만 있으면, 결국 작은 어항에서 자라는 금붕어처럼 될 뿐이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철학책을 수십 권 읽어도, 그것을 실천하지 않으면 다 사탕 발린 말이다."
주변에서는 이렇게들 말한다.
"나에게도 계획이 있다, 사정이 있다."
혹은
"나는 이렇게 이렇게 돈을 벌어볼 것이다! 내 아이디어가 있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하지만, 그 알맹이는 별 볼 일 없고, 정작 실천한 것은 하나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고는 했다.
혹은 수십 권의 책을 읽고 헛똑똑이처럼 떠드는 사람들, 계획만 짜고 보여준 것이 없는 사람들을.
아버지는 그런 사람들을 수백 명을 봐왔다고 하시고, 결국에는 뭐 보여준 것 없이 환경에 휘둘리며
저물어가는 사람들에 경고하듯이 나에게도 말씀하신 것이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며, 나는 말로만 하는 것을 싫어하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 달간 알바를 하면서, 약간의 쓴맛과 함께 돈으로 저녁도 사고,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확실히 돈이 최고다.
돈으로 안 되는 것은 없다는 자본주의의 진리를, 다시 한번 깊이 느끼게 되었다.
좌우지간,
실존주의, 불가지론, 합리적 유물론 같은 철학적 이론들이 당장 집을 잃고 빚더미에 쌓인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그저 배부른 사치일 뿐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었다.
알바를 하면서 깨달은 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시간은 그냥 흘러가고, 그에 따라 선택의 폭이 점점 좁아진다는 것이다.
치열하게 살아도, 저택 하나를 사고 화장실 두 개 있는 집을 만들려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도, 그 끝에 암에 걸려 생을 마감한 사람을 보았다.
아버지는 그 사람을 두고 "화장실 두 개 만들기 위해 산 인생"이라고 말씀하셨다.
목사의 인생에서 가장 많이 간 곳은 교회와 장례식, 그리고 병원이었다.
그 말씀이 다시 한번 떠오른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
변화 없는 삶은 알바만 하다가 끝날뿐
나를 위해서도, 내 인생을 위해서도, 타인을 위해서도 아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정해야 한다.
돈이 될 수도 있고, 월세라도 들어올 수 있는 기술직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것을 초월해서, 돈의 구조를 이해하며 무언가를 얻기 위해 살아갈 수도 있다.
적어도, 변화가 없다면 알바만 하다가 끝나는 인생이 될 것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유튜브에서는 "이렇게 해서 월 1천만 원 벌었다", "이렇게 해서 수백만 원 벌었다"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주는 것은 좋은 것만 내세운 마케팅 전략에 지나지 않아서, 그게 참 암담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의 과정을 유튜브 영상으로 보면서 깨달은 것은,
허위 광고가 많아도, 실제로 돈을 버는 요령을 알게 된다면 누구든지 월 몇 천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는 아이들,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람들, 유튜브 쇼츠를 제작하는 사람들, 구독 서비스를 만드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보며, "아는 만큼 돈을 버는 것"이라는 진리를 실감하게 되었다,
나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순간 알바를 하다 보면, 주유수당 계산, 세금 떼기, 교통비 계산 등 돈을 받는 데 점점 더 계산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그 모습을 보며, 참으로 궁핍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참, 브런치에 올리는 생존 신고가 요란하구나.
아니지, 오히려 브런치이기에 올리는 생존 신고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