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공모전 관련 글쓰기
푸른 하늘 위로 목화솜 같은 구름이 바람을 타고 유유히 흘러간다.
산등성이를 따라 선 나무들이 잔바람에 몸을 흔들고,
시냇물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조용히 흘러간다.
그 곁엔 작은 논밭과 허름한 초가 한 채,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속에,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나와 친구.
세상에서 이곳을 아는 사람은 우리 둘뿐이었다.
달리기 시합도 하고, 바위 밑의 물고기와 잠자리의 날갯짓을 지켜보며 웃곤 했다.
이곳은 우리의 비밀 놀이터이자,
우리의 작은 세상이었다.
어른들은 늘 내가 그 아이와 어울리러 나간다고 생각했다.
맞다. 나 역시 그녀와의 시간을 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느 날, 우리는 사진관에 가서 처음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나란히 선 두 아이의 모습.
그날은, 그 사진을 찾으러 사진관으로 가는 길이었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던 골목.
문 앞에서 날 기다리던 그녀와 나는 손을 꼭 잡고 걸었다.
그때였다.
낯선 그림자가 우리 앞을 막아섰다.
어깨를 스친 순간,
그 팔에 붙어 있던 붉은 일장기.
일본 경찰이었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우리는 가족에게 작별 인사조차 남기지 못한 채,
‘위안부’라는 이름 아래 어딘가로 끌려갔다.
그곳은 사람이 머무를 곳이 아니었다.
또래의 소녀들이 낯선 방 안에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날마다 낯선 손이 우리 몸을 지나쳤고,
고통은 일상이 되었으며,
죽음은 늘 곁에 있었다.
어느 날, 한 장교가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오더니
내 머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살점이 찢기고, 피가 식기도 전에 또 다른 고통이 찾아왔다.
몸 어딘가로 ‘약’이라며 주사를 꽂았다.
그 이후로, 머릿속은 자꾸 멍해졌고 두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가족은 무사할까.
같이 끌려갔던 친구는 살아있을까.
그리움은 밤마다 내 가슴을 갉아먹었다.
그러다, 광복 소식을 들었다.
모두가 해방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내 현실은,
그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나는, 결국 돌아가지 못했다.
열세 살의 나이에 끌려와,
스물하나가 되어서야 고향 땅을 밟았지만
집 앞에 서는 것조차 두려웠다.
마을 어귀를 천천히 돌며 그 시절을 되짚었다.
함께 끌려갔던 친구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어른들 말로는, 이미 오래전 사망 처리되었고
조용히, 아주 작게 장례를 치렀다고 했다.
오랜 망설임 끝에,
나는 사진관을 찾았다.
사진관의 주인은 바뀌어 있었지만,
내 이름을 듣자 조심스럽게 누런 봉투 하나를 꺼내주었다.
그 안에는,
내가 친구와 함께 찍었던 그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사진을 손에 쥔 채,
나는 우리가 함께 웃던 그 아지트를 찾아갔다.
그곳엔 더 이상 푸른 들판도, 맑은 물도 없었다.
기억 속의 장소는 무너졌고,
그 자리엔 낯선 건물들과 허물어진 초가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무너진 나무에 등을 기대고,
사진을 꺼내 바라보았다.
지금 내게 남은 건,
그때,
그녀와 함께 지은
작고 소중했던 그 미소뿐이었다.
이 글은 일본군 ‘위안부’ 공모전을 준비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다음에는 공모전을 준비하며 그렸던 만화로 인사드릴게요!
참고로, 이번 공모전에서 1차 심사를 통과해 입선했습니다!
현재 대국민 심사 기간이 진행 중이며, 마감은 다음 주 수요일까지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전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