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계절>
붉어져 가는 나뭇잎들이
한 장 한 장 책의 페이지 같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적혀 있을까
한 장 한 장 고개 들어 읽어 봅니다
아직은 푸르른 청춘의 이야기를 먼저 꺼내 읽었습니다
좋을 때다 싶었습니다
그다음,
나뭇잎의 팔자 주름을 보고서
얼른 고단한 중년 아저씨의 이야기도 읽어냈습니다
비 온 뒤 더욱 반질반질한 잎사귀가 보입니다
눈가의 주름 타고 속절없는 눈물 내신
어느 어머니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몸 전체가 붉은 나뭇잎에서
불타는 생의 마지막을 읽었고
구멍 난 나뭇잎에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 준 따뜻한 마음이 적혔습니다
검버섯 핀 나뭇잎은 존경스러운 위인전이 되어 줍니다.
상처 나 찢긴 나뭇잎에서는 파란만장한 인생서사가 읽혔습니다
감동이었습니다
나뭇잎의 상처 속으로
달빛이 바로 투과하여 땅을 밝힙니다
자꾸만 말라 오그라드는 나뭇잎은
병든 나 같습니다
내 이야기 적힌 나뭇잎은 연민에 한번 쓰다듬었습니다
아직도 철없이 새파란 나뭇잎은
우리 딸, 우리 딸은 만화책입니다
하나도 같은 나뭇잎이 없습니다
옹기종기 모여사는 사람들 같습니다
그 사람들 이야기가 써진 책 같습니다
모두가 아름답게 떨어져
모두가 나무의 거름이 되어주고
그다음 나뭇잎들을 응원하는...
결국 모두가 책 한 페이지를 장식합니다
독서의 계절,
나무 한 그루에서
방대한 책 한 권 잘 읽고 집에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