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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by 김추억

요즘 우리 딸, 여전히 목마르다.

소방동요대회 지역 예선에서 대상을 받은 딸아이는 얼마 전 전국 소방동요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대상을 받지 못해 아쉬워서 우는 것이었다.


지역에서 대상을 받은 팀들이 전국대회에 참여했는데 총 17개 팀이었다.

화려한 퍼포먼스로 시선을 집중시키는 팀, 아름다운 화음으로 귀를 호강시켜 주는 팀 등등 정말 치열한 연습들을 한 것이 느껴졌다.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전교생이 100여 명이 겨우 되는 아주 작은 학교이다. 합창 인원이 미달될 경우에 감점이 되기 때문에 인원수를 겨우 맞췄다.

고학년 위주로 팀을 꾸리면 아무래도 소리도 크고 예쁠 테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아 정말 작고 귀여운 아이들로 꾸린 팀이 되었다.


지도교사님께서는 뛰어나게 노래를 잘하는 아이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합창을 너무나 좋아하고 즐거워한다는 것에서 희망을 보셨다고 하셨다.


전국대회에 가보니 확실히 다른 학교에 비해 인원이 적다 보니 소리도 작게 들렸다. 그럼에도 노래와 율동이 흐트러짐 없이 완벽했다.

대상을 받지 못했지만 금상을 탄 것이 어디인가?

꽃다발을 들고 딸아이에게 가니 딸아이의 눈동자가 글썽글썽하다. 대상에 대한 욕심이라기보다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 때 맛보는 아쉬움이라는 것을 안다.

내년에 6학년이 되는 딸아이, 마지막 동요대회 추억을 남길 기회가 한번 더 있다.

이 작은 학교에서 내년에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 나도 궁금하다. 내년에 이 글을 한번 더 꺼내볼 것 같다.


딸아이가 상품으로 파우치와 인형을 받아왔는데 엄마에게 넘기라 하니 절대 줄 수 없단다.

딸아이 학교에는 축하의 현수막도 붙었다. 선생님께서 사진을 보내주셨다.

학교 합창단이 가을에 몇 군데 공연도 다닐 예정이란다.


딸아이를 보며 어렸을 때 추억이 돋았다. 합창대회, 리코더 대회, 사물놀이대회, 백일장 대회, 육상대회, 무슨 사생대회 등등 어설픈 재능으로 정말 많은 대회에 끌려? 다녔다.

그런데 나는 딸아이처럼 간절함으로 대회를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이제야 딸아이를 보고서 알게 되었다.

매사에 욕심을 내고, 최선을 다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고 내가 배운다.


무엇보다도 감사한 것은 내가 건강해져서 멀리 있는 지역까지 가서 딸아이를 축하해 줄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동요대회에 와야 한다고 하루에도 열두 번씩 신신당부했던 딸아이 었다.

얼마나 불안했으면 그랬을까.

미안하고 미안하다.

딸아이가 하고 싶은 걸 실컷 하고 자랐으면 좋겠다. 엄마의 축하도 실컷 받고 자라게 해 줄 것이다.

요즘 우리 딸, 여전히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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