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딸, 한다면 한다.
방학 동안 실컷 놀다가 개학 하루 전 날 밤에 날을 지새우겠다고 했다.
"엄마. 먼저 자요."
"응, 알았다. 다 못 하겠으면 그냥 선생님한테 혼나는 방법도 있다."
나는 나쁜 애미다.
피곤해서 바로 잠들어 버렸다.
딸아이가 나를 깨운다.
비몽사몽간에 딸아이를 한 번 쳐다보고 나서 자동적으로 시계를 봤다.
am 6: 30
"엄마, 방학숙제 끝."
"오~ 대단한데?"
"중간에 배고파서 간장계란볶음밥 해 먹었어요."
가스레인지와 싱크대에 식용유, 참기름, 굴소스, 소금, 연두? 등등 조미료들이 잔뜩 나와 있었다.
주방과 거실에 간장 냄새가 아주 그냥...
배불러서 아침은 안 먹어도 된다고 해서 감사했다.
"학교 가기까지 두 시간은 잘 수 있겠다. 어서 자라."
"지금 자면 못 일어나요. 피아노 좀 칠게요."
새벽에 피아노를 한참 치는 딸아이였다.
피아노 연주 소리에 잠이 쏟아지던 나였다.
8시도 안 되어서 학교에 간 딸아이가 교실이 덥다고 다시 집에 왔다.
학교는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에 있다.
하교 후, 딸아이가 친구들과 논다고 가방을 던져놓고 나간다. 날 새고 쌩쌩하다.
조금 있다 전화가 왔다. 피아노 학원으로 바로 왔는데 피아노 치면서 졸았다고 한다.
우연히 딸아이 방학숙제 중 일기장을 보았다.
일기가 詩의 형태를 띠었다.
오늘 우리 딸, 회장이 되었다.
"어떻게 말했어? 아이들 앞에서 회장 선거 공약 말이야."
"교실 뒤편에 개미가 나오거든요. 그냥 썰어버린다고 했어요."
후덜덜, 11살 딸아이의 선거 공약을 듣고 딸아이를 회장 뽑아 준 친구들이 신기하다.
아무튼 요즘 우리 딸, 한다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