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딸, 아빠의 노고를 생각한다.
며칠 전, 남편 회사에 구조 조정이 있었다. 몇 개월 전에도 회사 사정이 어려워서 여러 명이 퇴직을 강요당하고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아는데 이번에도 세 명이나 퇴직을 하게 되었단다.
남편은 우스갯소리로 자기도 실업급여받고 띵까띵까 놀고 싶다고는 하는데 속이 착잡하긴 한 모양이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관세를 세게 부과하는 바람에 순천&여수&광양 쪽의 경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했다.
아마도 전국적으로 이쪽 계열 회사들이 다 몸살을 앓고 있을 것만 같았다.
남편은 부족해진 회사 인력에 업무는 더 가중되어 야근과 휴일 근무를 서야 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한마디 건네는데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가 없다.
"너 언제 글 써서 언제쯤 돈 많이 벌어서 나 놀게 해 줄래?"
나는 그냥 웃고 말았다.
가장의 책임감이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짐작도 못하겠다.
딸아이가 엄마 아빠의 이런 대화를 들었는지 요즘 아빠를 생각한다.
"엄마, 나 이제 용돈 아껴 쓸게요."
"갑자기 왜?"
"아빠가 힘들게 번 돈인데 아껴 쓰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어떻게 아껴 쓰려고?"
"올리브영은 세일할 때만 갈게요."
딸아이 대답이 신박해서 그저 웃음이 났다.
어제는 올리브영 세일하는 날이어서 딸아이와 올리브영에 구경을 하러 갔다.
거기서 나는 샴푸를 하나 구매하고, 딸아이에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얼른 사고 나가자고 했다.
딸아이는 올리브영에서 필요한 걸 발견 못했다면서 다음에 필요한 게 있으면 다시 오겠다고 했다.
올리브영에 들어가면 뭐라도 하나 사고 나오는 딸아이였는데...
괜한 부모의 대화소리를 듣고 저러는 건 아닌지 마음이 쓰였다.
아빠기 힘들게 번 돈으로 피아노 학원에 다니니까 피아노를 더 열심히 치겠다는 둥, 아빠가 힘들게 번 돈으로 학습지를 하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둥 전에 안 하던 소리들을 한다.
그리고 뭘 자꾸 아낀다는 소리를 해댄다.
아끼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만 우리 집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닌데 열한 살 딸아이의 마음을 위축시킨 건 아닌지 싶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딸아이의 발언에 나도 가족들 식사를 더욱 풍성하고 맛있게 챙겨야겠단 생각이 든다.
요즘 우리 딸, 아빠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