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딸, 추억을 뒤적거린다.
방과 후에 집에 돌아온 딸아이가 갑자기 산책을 가자고 했다.
"엄마, 우리 거기로 산책가요. 작년에 엄마가 나 데리고 가서 진흙 무릎까지 빠진 곳이요. 엄마가 물고기 잡고 한 곳이요."
딸아이의 제안이 뜬금없었지만, 어차피 나도 하루에 30분 이상은 산책을 해야 했기에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옆동네 산자락 아래 저수지가 있고, 그 아래 작은 물줄기가 형성되어 있어 발을 담고 놀기에 딱이다. 그곳에 작은 물고기들이 세상물정 모르고 살고 있고, 바로 앞에는 진흙탕이 있다.
아쉽게도 진흙탕은 비가 오지 않아서 진흙이지 진흙탕까지는 아니었다.
아쉬워하는 딸아이에게 물고기를 잡고 놀자고 했다.
자녀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라고 했던가?
나는 딸아이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딸아이는 결국 물고기 잡기에 실패했다.
하지만 언젠가는 물고기 잡기에 성공할 것이라 믿는다.
물고기들이 소위 말하는 닥터피시였다.
나는 물고기들을 잡으러 왔지만 물고기들은 그런 나를 오히려 치유해 주었다.
딸아이는 물고기들의 스킨십에 간지러움을 참느라 계속 깔깔거렸다.
"엄마, 이거 도파민 엄청 분비되는데요?"
"그래? 도파민 느끼러 한 번씩 오자. 그런데 왜 갑자기 여기에 오고 싶었어?"
"그냥 진흙에 빠진 게 갑자기 생각이 나고 물고기 생각도 나고 엄마랑 놀았던 추억이 생각나서요."
추억, 요즘 우리 딸이 추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먹었던 음식, 언제 어디서 봤던 인형,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던 풍경들...
딸아이와 소소하지만 특별한 추억을 더 많이 만들어야겠다. 그 추억이 나중에 우리 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지금은 모른다.
요즘 우리 딸, 추억을 뒤적거리며 추억의 장소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