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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 인사

by 김추억

사실은 그대 앞에서 울고 싶었죠.
그런데 그대 앞에서 씩씩하고 말았죠.

사실은 그대와 마주 앉아 긴 대화를 나누고 싶었죠.
그런데 그대와 작별인사도 없이
그냥 도망치듯 나와버렸죠.

나는 그대를 생각함이 넘쳐서 늘 그대가 걱정이지만
이런 내 마음을 알면 그대가 얼마나 불편할까요.
그대가 나의 배경에서 영영 사라질까 봐
조용히 조용히 응원했어요.

아프지 마세요 부디.
마음이 아플 때도 있겠지만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누군가를 미워하지 마세요.
미움의 마음을 품으면
그대의 몸과 마음이 더 아플 거예요.

영양 있는 식사를 잘 챙기세요.
잠은 푹 주무세요 부디.
혹사당하는 그대의 몸을
붙잡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님이
이렇게나 괴롭습니다.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을 만나고
겨울까지를 채우지 못하고 잠시 스친 듯한 느낌의 그대여.
내게 잠시 삶의 의지와 위로를 주고서
언제 떠날지 모르는 슬픔도 함께 준 그대여.​

나는 그대를 존경하고
그대가 가진 詩의 언어를 사랑하지만
눈을 질끈 감고 그대를 떠올리는 일을
이젠 그만하리라 다짐합니다.

나는 몹시 마음이 아프고 아픈데
그대는 나 없이도
그대의 일상을 살아갈 것이라는 게
제일 견딜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안녕.
어떤 작별을 해도
다 어색하기만 할 것 같아서
안녕히 계세요.
정말 안녕히 계세요.
이렇게 속으로만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인사를 합니다.

그대는 꿈에도 모르는 나의 작별 인사입니다.
혼자서 작별을 하긴 했지만
그대가 내 맘 속에서 떠나가셔야지요.
떠나가세요. 하루라도 빨리.
내 마음이 울음을 멈출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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