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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꺼풀

by 김추억

오늘은 눈꺼풀이 무겁다.
눈을 깜빡거릴 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뜰 때에
눈 뜨기가 버겁다면
그게 다 눈꺼풀이 증량을 해서다.

밤새 눈꺼풀은 잠을 안 자고
뭔가를 먹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렇지 않고는
이렇게 눈꺼풀이 무거울 리가 없잖아.
속눈썹이 더 길어진 것 같다.

황소의 눈 같다.
팅팅 부은 눈이 뭐가 이리 예쁘냐.
12세 소녀에게 쌍꺼풀 수술을 했냐고
물어보던 선생 하나가 기억나서 웃었더니
눈꺼풀 근육도 묵직하게 따라 웃는다.

눈꺼풀이 웃으니까
그제야 눈꺼풀의 말이 들린다.
'눈물을 먹이지 마, 내가 살이 찌잖아.
웃음을 먹여줄래? 붓기 없이 살고파.'
알겠어, 알겠어. 말하면서 한 번 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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