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초등학교 4학년,
아침에 나가서 어둑해질 무렵에 집에 들어온다.
일요일엔 친구들끼리 버스를 타고
멀리 있는 찜질 방에 가서 하루 종일 논다.
목욕탕에서 서로의 등을 밀어준단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노래방에 간다.
무슨 노래 부르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불러준다.
나도 모르는 트로트..
친구들과 십시일반 돈을 모아 마라탕을 사 먹고
후식으로 탕후루를 먹는단다.
친구와 통화하는 걸 엿들었는데
마라탕과 탕후루를 합쳐 말한다.
"오늘 우리 마라탕후루 하자!"
우리 딸 얼마 전 소풍, 체험학습을 가는데
비빔면에 소고기를 구워서 도시락을 싸주라고.
호주산이나 미쿡산 말고 한우여야 하고 히말라야 핑크 솔트를 적절히 쳐서 구워 달라고.
친구와 통화하는 걸 또 엿들었는데
도시락이 소와 겹치면 안 되니까 닭 한 마리 싸 오라고.
친구는 닭강정을 싸왔고
자기 소고기는 선생님이 뺏어 먹었다고.
요즘 초등 4학년,
단체로 친구 어머님 병문안을 온다.
딸아이가 우리 엄마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고 하니
친구들이 병문안을 가자고 했단다.
내가 먹지도 못하는 왕만두를 하나 사 왔다.
아이들이 병실을 가득 채웠는데
말하는 게 기가 막힌다.
"하경이 엄마, 얼마나 아프세요."
"얼른 낫기를 바랄게요."
"정말 고생이 많으시네요. 좋아지실 거예요."
나는 아이들을 한 명씩 다 안아주었고
아이스크림 사 먹으라고 지갑에서 푸른 지폐를 꺼내자 친구들이 단체로 괜찮다고 아주 그냥 손사래를 치는데
딸아이 얼른 낼름 용돈을 낚아채가더니
고맙다며 나를 한 번 안아 준다.
짜고 치는 고스돕은 아니겠지.
딸아이가 이제 엄마를 잘 안 찾는다.
전화도 잘 안 한다.
하나도 안 서운하다.
이런 날 만을 기다려 왔다.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