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하늘을 잇는 공간, 바다 앞에 서 있다
내 두 발끝에서 시작된 바다는
수평선 끝까지를 잇고 결국 하늘까지 잇는다
땅의 끝에서 나는 바다를 동경하고
또다시 바다 끝에서 이어지는 하늘을 동경한다
바다를 동경하는 것은 물고기의 아가미를 갖고 싶기 때문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기도氣道, 그 좁은 통로로만 호흡하는 게 버거울 때 나는 저 답답한 바닷속에서도 편안한 숨을 쉬는 물고기의 아가미를 빼앗고 싶다
아가미가 부러운 인간은 바다를 보면서 숨을 튼다
하늘을 동경하는 건 자유, 하늘에는 아무것도 고정된 것이 없다
있는가 찾아봐도 없다
기초공사를 하는 건물도 안 보이고 하늘에 묶어 둔 플래카드도 없다
속박되지 않는 자유, 그 하늘 속에서 고정되지 않는 것들이 지나다닌다
새들도 날아가고 새를 닮은 비행기도 새처럼 날아간다
하늘에 가득 찬 공기도 바람에 의해 끊임없이 자리를 바꾼다
구름과 별들도 흐른다
동에서 뜬 해는 서로 지고, 지면서 노을을 남기지만 그 빛도 이내 사라진다
바다를 아가미로 호흡해 헤엄쳐서는 바다 끝에 잇닿은 저 하늘을 오르고 싶다
헤엄에 지칠 무렵, 하늘로 오를 사다리 같은 것이 구름 속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사다리를 찾지 못한다 해도 내 몸무게쯤은 거뜬히 감당할 커다란 날치 한 마리가 나를 업고 하늘로 비상할 것이다
날치가 퍼덕일 때 나는 신비한 비린내를 맡느라고,
한 번도 맡아보지 못한 하늘의 냄새를 맡느라고 나는 정신이 없을 것이다
하늘을 그렇게 날고 싶은데
그러려면 이 바닷속을 깊이 헤엄쳐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한 발을 우선 바닷속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나는 여전히 지상에 묶여 있다
무엇엔가 단단하게 붙들려 있다
하늘을 날고 싶은 건 거짓말이었을까
지상에서 나는 나에게 주어진 폐호흡을 한다
아주 깊은 숨, 등허리까지 차오르는 복식호흡으로 나의 노래들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