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랑을 할 수 있기를
사랑했던 사람이 문득 떠나는 날이 있다. 나의 이별은 그다지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는 이미 몸도 마음도 멀어져 있었고, 서로의 얼굴을 보려는 노력이 없었다. 단지 예전의 편안하고 좋아했던 감정만이 조금씩 새어 나올 뿐이었다. 마지막 헤어짐은 여자 쪽에서 이루어졌다. 내가 그녀를 많이 힘들게 했다고 한다. 감정적으로 대한다고 했다. 나는 여전히 이해 못 하고 있기에,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속상한 건 아니다. 우리가 서로 너무 다른 생각이 있어서 그렇다. 서로가 어떻게 서로에게 완벽할 수 있을까. 그냥 완벽하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거지. 또 어떻게 다 안 맞을 수 있을까. 하나쯤은 잘 맞는 부분이 있겠지. 하나씩 이해하고 넘어가는 사랑을 바랐고 나는 그래왔는데, 서로의 가치관이 많이 달랐다. 그래서 우리는 도저히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나는 사랑이 어디 있는지 알겠는데, 너는 이제 모르겠다고 하니까.
그러니 자꾸 오해를 하고 의심을 하게 된다. 마음속에 분노가 없었다면 그것도 거짓말이겠지.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 분노는 나에게 내리는 형벌에 불과하다고. 나는 계속 의심하고 오해하고 화를 내며 내 마음에 고통을 주고 있었다. 그러니 부정적이고 힘들어하는 마음이 계속 드러난 거겠지. 스스로 나를 벌주면서 상대방이 나를 치유해 주길 바랐던 것이다.
나에게 너무 많은 벌을 내려서, 나는 큰 우울감에 갇혔다. 내가 처음 상대방을 의심하기 시작했을 때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대방도 나를 믿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두 번의 헤어짐을 가졌다. 이제는 서로 지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한 번 더 헤어졌다. 또 만나고 또 헤어졌다. 그 과정 속에서 계속 우울해졌다.
나는 충분히 우울했다. 우울감이 싫다. 자꾸 우울해지는 내 감정을 더 이상 마주하기 싫다.
잘 사랑하는게 뭘까. '잘 하는 것' 과 '사랑'은 참으로 알기 어려운 문제 투성이다. 어려운 문제를 마주할땐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 계속 뛰었다. 생각에 아픈 것보다 내 호흡이 더 가빠질 때까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를 틀고, 이어폰으로 귀가 터질 듯 들었다. 내일 해야 할 일을 오늘 시작했다. 청소를 더 깨끗하게 했다. 더 많은 글을 쓰면서 다양한 감정을 계속 마주하려 노력했다.
이건 누군가를 잊으려는 게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그리워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는 누군가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또 사랑한다. 아직까진 내 감정이 그렇다. 그러지 않는 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것을 잘해야 한다. 나는 누군가를 잊고 그립지 않으며 더 이상 사랑하지 않을 때까지 잘 사랑하고 싶으니까.
나를 사랑하지 못하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우울하지 않을 거다.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마시지 않는다. 그 시간에 누군가를 잊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하니까.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나를 마주하는 게 너무나도 힘들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날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젠 내가 나를 챙겨야 하니까.
그래야 누군가를 미워하지 않으면서,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다. 그래야 나를 미워하지 않으면서 나를 사랑할 수 있으니까. 언젠간 나에게 잘 사랑했다고 말하기 위해 더 이상 사랑이 아닐 때까지, 잘 사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