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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생 Aug 15. 2024

사랑 없는 행복도 가능할까?

사랑과 행복은 어떻게 다른가

  이별을 경험한 많은 사람들이 가진 고민일 것이다. '나는 이 사람이 아니면 절대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아'. 나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 같다. 하지만 또 모두가 아는 정답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새로운 사랑과 행복을 찾게 된다는 것을. 지금 당장은 평생 갈 것 같은 사랑도, 생각보다 작은 마음이었음을.


  그러니 그저 버티고 기다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보통 이유 없이 이루어진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건 꼭 이유가 뒤에 따라온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미움은 이유가 붙지 않는다. 그냥 미워하는 것이다. 나는 아직도 사랑하지 않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아직도 그냥 사랑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그냥 버티진 말자. 이유 없이 미워짐이 느껴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작은 기대를 가지고 지내보자. 또, 사랑하지 이유를 계속 되내어 보자. 우리는 전부 그 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주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2003


  사랑이 얼마나 사람을 나약하게 만드는가. 매일 하나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을, 매일 하나를 포기하게 만든다. 또 매일 아무것도 못하던 사람을, 매일 두 가지 일을 해내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어떤가. 그런 사람도 보통은 사랑을 끊임없이 찾고 싶어 한다. 사람이 그렇게 되는 이유는, 사랑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한가득 담겨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그 꿀단지를 나도 가지고 싶고 또 맘껏 향유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은 아주 귀한 사치품이다. 세상에 수많은 사랑의 모조품이 있고 진품을 경험한 누군가는 아주 귀한 보물을 가진 사람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보물을 쫓는 자는 항상 모험을 하게 되고 또 상처를 입기 마련이다. 모두가 그렇게 여행을 떠나다 부상을 입고야 만다. 그럼에도 결국 누군가는 여행을 잘 떠났다 돌아온다.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이 바라던 곳에 도착하기도 한다. 나는 아직 떠날 곳을 정하지 못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데 여행을 생각해 보면 어떤가. 목적지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또 목적지를 정하고 계획을 짜는 순간은 어떤가? 여행 전의 설렘이 좋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서는 새로운 만남을 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행복을 찾게 된다. 결국 여행이란 건 떠나기 전부터 행복한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랑을 찾으러 떠나는 과정도 딱 그런 일처럼 느껴진다. 아직 목적지가 없는 여행이라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여행이 끝났다는 건 다시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설렘으로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그러니 우리는 누구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행복할 수 있고, 또다시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발걸음을 떼고, 어디로 갈지 생각해 보자. 다시 출발하는 이곳은 여행이 끝나는 곳이 아니라 새로 시작하는 곳이다. 이곳에 슬픈 사랑을 내려두고 사랑이 있을만한 곳으로 떠나보자. 그러면 우리가 가는 모든 곳이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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