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더위가 에워싸던 맹렬한 여름도 떠날 준비를 하는지, 출근길 아침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한 계절의 끝을 배웅하는 듯했다.
그동안 나는 브런치스토리에 주 1회씩 글을 올리고 있었는데, 지난 3주 간은 글을 쉬었다. 나에게 갑자기 들이닥친 일들을 감당해 내는 시간이었다.
3주 전 뜨거웠던 여름날, 나의 강아지와 함께 외출을 했다가 갑자기 강아지가 숨을 불편하게 쉬고 기침을 하는 게 심상치 않아 보여 근처 24시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더위를 먹었나, 혹은 에어컨 바람으로 감기에 걸렸나 생각했다.
그런데 청진을 하는 수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엑스레이 촬영과 혈액검사까지 마치고 내려진 진단은, 심장병 그리고 폐수종. 생명에도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였고, 산소방에 들어가서 응급치료와 함께 입원이 결정되었다.
강아지를 입원시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펑펑 울었다. 내 강아지가 심장병이라니. 그것도 폐수종이 올만큼 심각한 단계까지 이미 진행이 되었다니. 억울했다.
지난 2월, 집 앞에 있는 동물병원에서 종합 건강검진을 했을 때만 해도 분명 건강하다고 했다. 불과 일주일 전에는 예방접종도 맞추러 갔었다. 그런데 나의 강아지의 심장 소리는 청진만으로도 나쁜 상태라는 게 구별되는 단계였다.
그동안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청진만 제대로 해줬더라면. 아니, 내가 좀 더 괜찮은 동물병원을 데려갔었더라면. 후회가 물밀듯 몰려왔다. 심장병은 초기에 발견해서 약만 잘 복용하면 진행단계를 몇 년씩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나는 그걸 해주지 못한 게 너무 속상했다.
다행히 나의 강아지는 폐수종을 잘 이겨냈다. 위험한 고비는 넘겼지만, 나에게는 아직 들어야 할 나쁜 소식의 몫이 더 남아있었다.
나의 강아지 심장초음파 상에서 보이는 심장병 진행단계는 총 5단계 중에서 4단계 수준에 해당한다는 것. 그리고 간, 비장, 부신에서 종양이 발견되었는데, 그중 부신에 있는 종양 2개가 악성종양이라는 것이었다. 심장병 때문에 전신마취나 수술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절망적이었다. 나와 강아지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들었을 때는, 온몸에 힘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은 꼬박 밤을 새워 울었다. 미안함과 속상함 그 이상의 어떤 슬픔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차올랐다.
시간이 지나고 마음을 조금 추스른 지금, 나는 좀 더 마음을 강하게 먹기로 다짐했다. 남아있는 시간 동안 울고만 있을 순 없다. 강아지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뜨거웠던 여름도 지나가고 있다. 내 강아지의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지만, 그 또한 흘러갈 것이다. 받아들이고 감싸 안으며 다가올 가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