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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기획자 장PD May 30. 2024

어색한 이타심

우리 인간의 마음에는 진아와 자아, 즉 이타심과 이기심이라는 상반된 두 마음이 함께 기거하며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늘 생각하는 자아의 작동 방식은 매우 본능적인 것이며 인간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욕망이다.

그러한 자아가 없으면 애초에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본능적인 욕망과 이기심을 진 채 태어나고, 이 자아는 죽기 전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수련은 자아(이기심)을 최소화하고 진아(이타심)을 최대화하는 일이다.

이나모리 가즈오 <왜 리더인가>


나는 조직을 키우고 리더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이나모리 가즈오는 배울 점이 많은 리더이며, 단연코 리더십의 대가(大家)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기심을 최소화하고 이타심을 최대화하라'라는 그의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이 말의 뜻이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 자기만 생각하는 마음’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나 또한 ‘지나친 이기심’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가 이기심과 이타심을 지나치게 대립된 것, 이기심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표현하면서 일부 사람들이 ‘이기심’이라는 단어에 대해 편견 아닌 편견이 생겨버린 것 같다. 작은 단어 하나에 생긴 편견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왜냐하면 생각과 행동까지 바꾸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더는 이타적이어야 한다'라는 책의 배움에 따라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 본인 스스로도 '어색한 이타심'을 행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것이 '사회를 위한 것, 대의를 위한 것'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포장하는 사람들이 이타심이 없다는 말도 아니고 진심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이타심이 없다’가 아니라 ‘어색한 이타심’으로 표현했다. 그럼 ‘어색한 이타심’이라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어색하다는 말은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의미다. ‘이기심’뿐만 아니라 ‘이타심’ 또한 인간의 본능이다.


거울신경세포는 대뇌피질을 비롯한 뇌의 여러 부위에 분포해 있으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모방하는 행위를 조장하거나 억제하는 등 여러 일을 한다. 또한 공감과 도덕적 동기 유발의 기초를 제공하며 타인의 고통을 느끼고 염려하고 덜어주는 행위를 장려한다.

폴 새가드 <뇌와 삶의 의미>


뇌과학적으로 봐도 인간이 꼭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기심과 이타심 둘 다 인간의 본성인데 어느 하나는 줄이고, 어느 하나는 최대화 시켜야 하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본성을 거스르는 일은 부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는 이기심이라는 본성을 최소화하고 이타심을 키우는 일이 자연스럽지 못한 '어색한 이타심'이라 표현했다.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먹고 싶은 것을 억제하면 억제할수록 부작용이 따른다는 것을. 먹고 싶은 것을 억제하지 않되, 적당히 먹고 운동하는 것이 최고의 다이어트다. 그러니까 먹고 싶은 욕망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알아주어야 ‘적당히 먹고 운동하는 것’이 가능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된다. 이 말은 곧 욕망과 절제를 대립시키지 않고, 적절히 상호 보완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나는 이기심과 이타심 또한 대립시키는 개념이 아니라 이타심이 이기심을 알아주고, 품어주어야 하는 개념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타심은 이기심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기심’이란 무엇인지 단어의 의미부터 찾아보았다.

이기심이란 생물의 본성 중 하나로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다.
-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利(이) : 이롭게 하다. 유익하다.

己(기) : 몸, 자기, 자아


글자의 뜻을 조합하면 ‘자아를 이롭게 하다’라는 의미 또한 성립한다. 정말 좋은 뜻이다. 그러니까 ‘이기심’자체는 잘못이 없다. 이것이 지나쳐서 남에게 피해를 주면 잘못이 된다.


단어의 의미를 알아보는 김에 앞으로 계속 언급될 ‘욕망’이라는 뜻도 찾아보자면,

‘욕망’이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
- 출처 : 네이버 어학사전

欲(욕) : 하고자 하다. 바라다.

望(망) : 바라다. 기대하다.


'욕망' 또한 정말 좋은 뜻이다. ‘좋음’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욕망도 ‘욕망’자체는 잘못이 없다. 그러나 무엇을 가지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면 그 욕망은 잘못이 된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계속해서 무엇을 바라고, 추구하면서 성장하는 존재다. 성장의 필수요소 중 하나가 ‘욕망’이다. 


흔히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는 ‘좋아하는 일을 찾으세요’라는 말의 다른 의미는 ‘본인의 욕망을 찾으세요’라는 말이다. 자신의 욕망에 비롯된 일을 해야 그 일을 좋아할 수 있고, 일을 좋아하면 당연히 잘할 수 있고, 일을 잘하면 성과를 만들고, 이 성과는 영향력이 된다. 물론 영향력의 범위는 작은 단위일 수도 있고, 사회라는 아주 큰 단위일 수도 있다. 범위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타심은 이러한 선순환적인 영향력 안에서 전파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본인이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억지로 해서 성과를 만들었다고 치자. 이 성과에 대한 영향력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건 받는 사람이건 지속성이 떨어진다.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본인의 본능,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 일을 했다는 것이고,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지 않는 행위는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순수한 이타성이 아니다.세계가 더 나은 미래를 맞도록 돕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하는 것이다. - 심리학자 하이코 에른스트


정리하자면, 리더십의 핵심인 ‘이타심’이 발휘되기 위해선 본인의 욕망에서 시작한 ‘이기심’이 기본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이기심은 ‘자아를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내가 나를 이롭게 하지 못하면 절대 남을 이롭게 할 수 없다. 생각해 보자, 만약 이나모리 가즈오가 사람과 기업을 스스로 성장시키는 리더십이 본인의 욕망, 이기심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라 도의적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면 정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를 리더로서 따를 수 있었을까?


이기심은 나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욕망을 말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이다. 욕망이란 목표를 이루고 싶고, 성장하고 싶다는 의미니까. 본인 내면의 소리를 외면한 채 발현하는 이타심은 상대방도 받아 들이기 힘들다. 책과 영상 속의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이타적이니까, 이 사람은 이랬으니까 나도 이타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철저히 본인의 욕망을 탐구하지 못한 채 타인의 행동을 쫓는 행위다. 아무리 과정을 소개하는 책과 영상이어도 책과 영상은 출판사와 편집자를 통해 정제된 결과의 산물이다. 과정처럼 보이지만 그냥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결과의 산물인 책을 읽고, ‘이나모리 가즈오의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이타심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스스로 질문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일을 시작할 땐 ’끝점‘을 그릴 줄 알아야 하지만, 누군가의 끝점을 배울 때 ’시작점‘을 파악할 줄도 알아야 한다.

출처 : tvN 알쓸신잡3

이나모리 가즈오의 끝점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이타심이다. 그의 이타심으로 사회와 조직에 긍정적인 사례들을 만들어냈다. 역시나 경영과 리더십의 대가답게 이나모리 가즈오의 끝점은 나와 너무 먼 거리에 있다. 멀어서 닿을 수 없으니 리더의 꿈을 포기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너무 멀어서 당장 실천하기가 어려우니, 나는 지금이라도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시작점부터 배우겠다는 뜻이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끝점’이 아니라 ‘시작점’.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그의 '끝점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나의 생각은 이러하다. 아흔이라는 나이까지 리더십의 대가로 ‘지속’할 수 있게한 시작점은 억지로 하는 일이 아니라, 좋아서 하는 일 '욕망'에서 비롯된 '이기심'이다.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나를 이롭게 하는, 내가 나를 알아주는 '이기심'에서 출발했다.


당신이 추구하는 목표가 타고난 본성과 일치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 레이 달리오 <원칙>


나는 여전히 ‘조직을 만들고, 리더가 되기를 꿈꾼다’ 그래서 나의 욕망을 파악하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이기’의 과정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기심은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이타심’으로 나아가기 위해 ‘품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아니라 '자기 시작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내가 이나모리 가즈오의 책을 읽으며 배운 것은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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