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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원’형의 인간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손으로 둥그런 것을 만들어 본다. 왼손가락의 끝마디가 오른손가락의 끝마디에 닿아 저릿한 감각을 전달한다.
그 감각이 좋아서 꾹 힘을 주다 보면 금세 원은 무너지고 각이 생겨버린다.
각은 자기보다 작은 것들은 모두 담을 수 있다. 그렇게 먼지구덩이가 되어버리는, 쓸데없는 것이다.
먼지가 하나 둘 쌓일 땐 존재조차 몰랐겠지만 존재를 망각하는 순간부터 그걸 깨달은 먼지와 벌레들이 모조리 달려든다.
자기들의 보금자리인 양 자리 잡고는 그렇게 점점 그들의 터전인 구석이 되어가면 그제야 발견하고 닦아낸다.
내가 비유한 그 먼지와 벌레들은 사실 곰팡이의 포자같이 엄청 작고, 잡을 수 없고, 퍼지는 것을 손으로 막을 수 없다.
닦아내고 긁어낼수록 나의 각 속으로 점점, 점점 더 파고들고는 벽지를 타고, 타고 가다가 더러운 패턴이 생긴다.
다른 사람들이 샅샅이 뒤져 각을 찾아보아야만 볼 수 있었던 나의 역겨운 모면들이 겉면으로도 퍼져서는 힘들여 찾지 않아도 금방 보인다.
나는 그렇게 살아있고 숨 쉬고 있으면서도, 죽지 않는 곰팡이들의 서식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