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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자까 Jun 11. 2024

녹화준비라 쓰고 밤샘이라 읽는다

2. 녹화 준비

녹화에 사용할 대본은 이틀 전, 혹은 그 전날 나오면 다행이다. 녹화당일 아침에 최종본이 나오는 일은 부지기수. 최종본이 나와도 4개 코너별 서브작가님들이 각각 수정을 한다. 이때 막내작가가 해야 할 일은 뭐다!? 최종 파일 헷갈리지 않기! 처음에 선배들이 꼭 주의하라고 할 때, 이게 뭐가 어려운가 싶었지만... 진짜 어렵다. 선배들은 자신의 오타나 실수를 감추기 위해 수정원고를 개인톡으로 나한테 몰래 넘긴다. 다른 선배는 그걸 모른 채 단톡에 있는 원고에 다른 수정을 넣어 나한테 전달하면... 그때부터 혼란이 시작된다! 


오늘은 막내생활을 하면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녹화 준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이름표 준비 


  가장 중요한 것이다. 쇼양의 경우 출연자들의 이름표가 없으면, 시청자들은 이 사람이 어떤 전문가인지 알 턱이 없다. 말의 신뢰성도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 전문가'라는 것을 알려줘야 시청자들이 신뢰할 수 있다. 자막으로 넣어도 되지만 주로 토크가 이루어지는 쇼양에서는 이름표가 있는 것이 좋다. 물론 메인 MC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얼굴들이기에 이들은 이름표를 착용하지 않는다


실제 방송에 사용했던 이름표


매 녹화 전마다, 이름표를 확인한다. 두 가지 경우를 대비해서 하는 건데, 첫 번째 경우를 설명하겠다. 첫 번째는 녹화가 끝나면, 진이 빠진 출연자들은 이름표를 이름표를 어디인지 모를 곳에 둬버린다. 스튜디오 구석이나, 대기실 안 어딘가, 엘리베이터 앞 의자... 두 번째는 뒤에 자석이 고장 난다. 뒤에 자석이 고장 나면 이름표는 무용지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녹화 전전날에 체크를 해서 이상이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2. 패널 준비

실제 오갔던 패널 가본


 패널은 우리 방송에 사용될 부가 자료이다. 녹화 두 개를 딸 때, 한 10개~15개 정도 준비했던 걸로 기억한다. 저기에 보안 스티커도 필수다. 하나하나씩 볼 수 있도록 덮개를 씌워두는 것이다. 패널은 제작해 주시는 분이 있는데 막내작가가 각 코너에 사용될 패널을 추합 해서 의뢰서를 작성해 전달한다. 패널 제작자 분은 방송 이틀 전 의뢰서를 전달받고 그다음 날 가본을 전달해 주신다. 막내작가는 그것을 선배들에게 전달하고 수정사항이 없는지 확인한다. 보통 여기서 수정이 정말 많다. 대본도 같이 수정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여하튼 수정사항까지 같이 전달하면 녹화 당일 스튜디오에서 받을 수 있다. 


3. 각종 소품 준비


 이건 아무래도 AD 혹은 조연출이 해야 하는 일이다. 보통 본사에서는 이들이 하지만, 제작사에서는 작가들이 하기도 한다. 선배작가님들이 연출팀을 불신하는 경우에 그렇다... 이것도 대본이 전날 나오게 되면 우리에게는 쿠*이 있기에 재빨리 구매를 해놓는다. 보통 녹화 뜰 때, 15개~20개 정도 구매를 했던 것 같다. 이때 쿠*팡 구매 개수를 보니 천 개가 넘어갔었더라는.... 소품을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가장 중요한 일이다. 

 또한 소품을 제작하기도 한다. 원래 작가의 업무는 아니지만, 제작사에서는 하기도 한다. 이것 때문에 밤을 새운 적이 많긴 하지만, 본사에서는 미술팀이나 소품팀이 따로 있기에 생략하겠다. 



4.  대본 프린트 

 

 앞서 말했던 대본 수정이 모두 끝난 원고파일을 막내작가가 출력해 가져간다. 여기서 막내작가가 해야 할 일은 두 가지가 있다. 


4-1. 마지막 오탈자 검수 

 대본은 수많은 선배작가님들을 거쳐 나에게 온다. 나보다 더 비문이나 오탈자를 잘 보는 선배들을 거쳐 온 대본이지만, 전달되는 과정에서 분명 엔터나 탭을 잘못 누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더하면, 모음 하나가 단어 사이에 껴있기도 하다. 선배작가님들이 막내작가에게 빨리 넘겨주려고.... 본인 코너만 후딱 보시고 넘기시면 그런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4-2. 제작진용&연예인용 대본 구분

제작진용과 연예인용을 구분해서 가져가야 한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제작진용은 두쪽보기, 연예인용은 한쪽 보기로 하면 되는데 이게 은근히 번거롭다. 방송마다 흑백인지 컬러인지도 다르다. 


5. PPL 챙기기

PPL이 있다면, 그쪽에서 보내주는 물품을 녹화 일정에 맞게 요청해 받아두어야 한다. 



 이렇게 막내작가는 최종 대본에 의해서 녹화 전날 밤샘 여부가 갈린다. 나는 거의 2주에 한 번은 밤을 제작사에서 밤을 새웠던 기억이 있다. 소품, 대본 등등의 실수를 없애고자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실수는 생기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어떻게 잘할 수 있겠는가! 6개월부터 일이 손에 익은 나는 선배들 작가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었었다. 이때가 23살이었고 지금이 27살이니까... 많은 시간이 흐르기도 했다. 

 종종 이때 선배들의 결혼소식이 들려온다. 막내시절 선배들이 결혼을 한다고 하니 뭔가 감회가 새롭다. (참석은 하지 못했다...) 선배님 작가님들이 이 글을 읽고 있는다면 정말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다! 어리숙한 막내를 이끌어준... 선배작가님들... 사랑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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