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이라 쓰고 퇴사라고 읽다.
이년 전쯤, 따르던 상사가 부서를 옮길 때, 괜스레 섭섭한 마음에 무작정 따릉이를 타고 한강을 돌다 밤늦게 들어간 적이 있다. 달빛 어스름한 한강 둑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시며, 누구든 회사는 떠나는 거고 단지 그 시점의 차이, 자의와 타의의 여부가 달라질 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었다.
5년 넘게 다닌 첫 직장. 인턴쉽을 하며 보낸 시간을 포함하면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첫 직장에 연결돼 있던 나에게도 그 시간이 다가왔다.
사용자경험 (UX: User eXperience) 디자이너. 2016년 3월, 너무도 감사하게도 원하던 회사에 최종 합격을 했고, 나는 비로소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당시 내가 채용된 부서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에 집중하고 있는 부서였는데, 새로운 분야고, 아직 전 세계적으로 다른 테크회사들도 사물인터넷 디자인을 막 시작한 시기라, 우리 회사 또한 적극적으로 인원을 영입하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 흐름에 맞춰, 비록 신입이었지만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담당해 리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그 길을 함께 한 동기들과 회사 선후배들 또한, 회사밖에서도 꼭 다시 만나고 싶은 소중한 인연들이었다.
휴직 전 마지막 날, 빨리 퇴근하라는 동료들의 말에도 나는 늦은 밤까지 사무실에 남아있었다. 휴직이었지만 퇴직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내 시간과 노력, 배움이 묻어있는 수많은 파일들을 이제는 보지 못함을 차마 아쉬워하며 꾸깃 꾸깃 머릿속에 내용을 집어넣었다. 마치 미련 남은 옛 애인의 사진들처럼.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늦은 밤, 데스크톱을 반납하고, 5년간 핸드폰 카메라에 붙어있던 보안스티커를 떼고, 새로운 길을 나섰다. 걱정 한 스푼, 설렘 한 스푼, 시원 섭섭 한 스푼..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던 밤. 하지만 마무리가 없다면 새로운 시작조차 없지 않겠는가? 그렇게 시애틀로의 첫 발걸음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