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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사장의 은밀한 에티켓 이야기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었다

by 휘연 Feb 18. 2025

제주도에서 펜션을 운영한 지 4년 차에 접어들었다. 한 회사의 사무직으로 20년 가까이 다니던 나에게 다른 직업군에 대한 (숙박업과 자영업에 대한) 나름의 환상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도 그럴 것이 sns 속 숙소나 카페를 홍보하는 사장님들은 대체적으로 흰 레이스 앞치마나 바리스타 앞치마를 갖춰 입고 햇살 가득한 공간을 유유히 다니며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뒤의 이야기를 나는 알지 못했다.




아름다운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공을 들여 청소를 한다. 흰색 레이스 앞치마는커녕 활동하기 편한 운동복 바지에 늘어진 티셔츠를 입어야 하는 날들이 대부분이다. 락스나 청소 세제를 사용하다 보면 입고 있는 옷을 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집을 찾아와 주는 손님들의 기대를 생각하면 나의 옷차림 따위야 무슨 상관인가 싶기도 하다. 어느덧 '고객 만족 서비스 경영'을 추구하는 사장이 되어버린 나이다.


하지만 이따금 현타의 순간이 찾아올 때가 있으니. 그건 바로 처리되지 못 한 은밀한 그의 흔적을 마주할 때이다. 대체적으로 깔끔히 사용된 공간을 보며 기분 좋게 화장실에 들어 선 순간 눈을 질끈 감게 되는 반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변기 커버를 올리며 깊은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엄마가 애를 잘 못 가르쳤네'


여기서 말하는 그 '애'는 이미 성인이 되어 한가정을 꾸리고 나름의 전문직에 종사하며 아내를 사랑하고 아끼는 다정한 사람이었다.(방명록에 직업군에 대한 친절한 고충을 써놓고 가셨기에 유추를 해볼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도 치명적 단점은 존재했으니 바로 화장실 뒤처리 문제였다. 조준 실패로 여기저기 바닥까지 튀어 있는 소변과 힘조절에 실패한 대변의 잔해들이 커버에 남겨져 있었다. 그가 남긴 부산 물들을 바라보며 단번에 떠오른 생각은 우리 아이들의 화장실 매너 교육에 대한 절실함이었다.


대부분의 기혼자들이 신혼 시기를 떠올려 볼 때 화장실 뒤처리 문제로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같이 살아보지 않고는 알지 못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커버를 올려라, 조준을 잘해라, 물을 뿌려 뒤처리를 해라 등의 잔소리를 해서 고쳐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고 포기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어린 시절 화장실 매너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 한 그의 어머니를 탓해 보는 것으로 종결을 내린다.


남의 집 아들의 뒤처리 문제까지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니 더러워진 변기를 깨끗이 소독하고 닦는 것으로 결론을 지어 보지만 내 아들들의 화장실 에티켓 문제만큼은 해결을 해야겠다 다짐해 본다.

겉으로 드러나는 많은 것들 보다 뒤로 감추어진 내면까지 아름다운 어른으로 자라나게 하고 싶다.

영화 킹스맨의 명대사처럼 '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이토록 간절히 와닿는 날이다.


어쩌면 내가 펜션 사장이 되지 않았다면 몰랐을 매너에 대한 생각들이 나와 내 가족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나 역시 어느 공간에 방문했을 때 상대방에게 실례되는 행동을 하지 않는지, 불필요한 흔적을 남겨 뒤에 들어올 누군가에게 인상을 찌푸리게 만드는 행동을 하진 않았는지 반문해 본다.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아주 작은 배려와 매너있는 행동들이 누적되어 만들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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