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으로 죽이지 말고 인생에 연민을 가져요
부모의 눈에 자식은 영원히 아이 같고
언니 눈에 동생은 늘 어린 동생 같다.
사회 초년생 때 만난 선배의 눈에 후배는 늘 첫 만남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나이 들어 만난 사회 친구 눈에는 늘 노인이겠지... 그래서일까?
우선 승질 한 가락 풀고 간다.
A... A... A... 트리플 A다.
어쩔 수 없다.
이리 승질이라도 내야지... 여튼 며칠 전 또 글감 준 누군가에게는 땡큐다.
들은귀 털어내고 입력된 쓰레기를 오는 길에 버리고 들어오긴 했다.
잠은 잘 잤으니 됐지만서도 어쩔~~ 다시 떠오르네.
이제 엔간하면 그 정도는 탁 받아치고 버렸는데... 이번엔 너무 심했다. 마음공부 덕에 예민한 성격이 좀은 무뎌져서 잘 넘어갔지만, 예전 같으면 불면에 이미 성형외과행 하지 않고는 못 배겼다.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쁜 건 오랜만이다.
2주 전인가에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또...
9년도 아니고 적어도 10년이다.
마트에서 상품가도 1000원 아니고 999인 이유를 우리는 다 알고 있지 않은가.
9와 10의 한 끗 차이가 얼마나 큰지...
또 경계인 거야?
그놈의 경계는 끝이 없네.
이는 도저히 걍 넘어갈 수 없어.
스트레스닷!
크크크~ 그래도 웃어야지.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
늘 궁금해.
여자는 타인의 나이가 왜 그리 궁금할까?
남자들은 아니 그런 듯한데...
사연인즉슨... 네 번 이상 떠들고 있다.
아무래도 아줌마들 세계는 나의 경계이고
자치센터는 나와 안 맞나 보다. 두 군데를 다니는데 계속되는 일에 마음이 상한다. 다른 이들에게도 흔하게 있는 일인가? 난 직장생활 후 입문한 아줌마들 세계라 잘 모르겠다. 내가 유독 민감한 걸까?
왜 그리 나이는 따지는지, 왜 나이들을 알고 싶은 건지 도통 모르겠다.
자치센터 두 곳 모두 댄스 동아리에는 50대까지는 몇 명 없고 거의 60대부터 70대 초반의 회원들이 많다. 그리고 댄스를 하는 언니들은 기본적으로 젊어 보이는 면도 있다. 그러니 나이를 잘 모를 수도 있고 사적인 관계 외에는 알 필요도 없을 듯하다.
이름을 모르니까 일반적으로 비슷한 연령대라 '언니'라는 호칭을 주로 쓴다. 마트서 젊은 처자에게도 '언니'라는 일반적 호칭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또 50보 100보, 함께 늙어가는 처지에 언니처럼 보이는 사람이 좀 어려 보이는 님에게 언니라고 부르면 좀 어떤가. 서로 언니라 불러도 그리 억울할 것도 없을 연배들 아닌가.
수요일 쉬는 시간, 넘 피곤하기도 하고 아픈 발도 쉴 겸 복도로 나가 뚝 떨어진 곳에서 쉬고 있었다.
지난달 새로 들어온 언니가 또...
얼마 전, 언니 호칭 쓰며 대화 중에 한 님도 "내가 언니?" 하더니, "나 66세" 그래서 웃으면서 "예. 언니 맞아요. 제가 좀 삭아 그렇지. 나이는 언니보다 좀 어리네요.ㅎㅎ" 이리 마무리했던 사연이 있었다.
근데 2주도 안 되어 다른 언니가 내게 슬슬 다가와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시킨다. 수술도 여러 번 하고 많이 아팠다길래, 진짜 맘이 안 좋아서 "고생 많이 하셨네요." 하며 눈시울마저 붉어졌었다. 근데 그 '언니' 호칭이 문제였다. ㅡ사실 언니란 그 호칭도 당연히 쓰게 된 이유가 있다. 주름은 나보다 적고 팽팽한 언니들이 70대에도 꽤 있다. 요는 '님, '하면 화는 아니라도 '웬 님? 지가 몇 살인데?' 하는 언니들이 있다는 거. ㅡ 그녀가 갑자기 "언니요?" 되물으며 "몇 살이세요?" 한다. 존대도 깍듯이 하면서 말이다.
'헐 또 올 것이 왔군!'
난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쯤이야 하고 무방비 상태로 있었다. 왜? 68세까지는 가봤거든.
"제가 삭아서 실제 나이보다 좀 들어 보여요." 했다.
그런데 곧 떨어지는 말, " 저 69세인데 몇 살예요?"
'으윽~~ 도대체 나이는 왜 묻는데?'
아니 뎅그란 얼굴에, 단발 생머리에 주름도 별로 없어 동안인 듯은 해도 나이는 있어 보이더구먼... 나도 은근 기분이 살짝 그랬다. 그래서 확 "저 60요." 던져버렸다.
나이를 잘 밝히지는 않는데 기분 나빠 던진 거 맞다. 그래도 계속 웃음은 잃지 않았다. 역시~~ 맘근력이 생기긴 했다. 아마 맘공부 안 했으면 이미 얼굴은 홍당무에 어떻게 수습을 했을지 모르고 이 예민함에 불면은 기본, 성형외과든 피부과든 들락날락했을 것이다.
그랬더니, 그 후가 더 황당했다.
그녀ㅡ언니 듣기 싫다니 담부터는 아예 호칭 생략해 주자.ㅡ는 몸을 앞으로 사리더니만, 오히려 당황해서 얼굴색이 변하더니 미안해도 아니고 "죄송해요." 하고는 후다닥 돌아서 가버린다. 그러니 더 황당할 밖에...
옆에 있었던 두 살 아래 동생이 "언니가 좀 조숙해 보이나 봐." 한다. '엥~ 조숙은 뭔 조숙? 60에...' 그도 이상하고 이도 이상했다. 우리 대화를 들은 누군가의 소리가 들렸다. "에고 한참 어리네요."
그래도 솔직한 맘으로 웃으며
"뭐 내가 문제인 겨. 저 언니가 젊어 보이긴 하네. 69로 안 보여." 했다.
돌아오는 길, 지나는 낯선 젊은이에게조차 물어보고 싶더라니. '저 70으로 보여요?'
그 여자들은 왜 그럴까?
이 여자는 또 왜 이럴까?
내내 기분이 묘하고 신경에 거슬린다. 귀가 길에 감정 버리고 가야지 하고 찐친께 떠들었다. 사진 찍어 보내고 '70으로 보여?' 물었다.
친구 왈, "ㅇㅇ야, 너 그리 안 보여. 넷이 만나면 비슷비슷한데... 우리 만날 때랑 다르게 암만해도 너 선생을 오래 해서 근엄한 분위기가 나나? 아님 옷을 좀 노티 나게 입는 거 아냐?"
"힙합 바지에 라인 있는 짧은 재킷 걸치고 다니는데 노티?"
친구 말대로 분명 내게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내 눈은 해태 눈인가? 아무리 봐도 60 70은 신체적으로도 차이가 있는데 말이다. 호칭도 이제 듣기 싫다니 삼가야겠다. 그 감정에 매여 있지는 않아야 하나 무엇이 문제인지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도 이리 생각하면 되긴 해.
'난 70대에는 60대로 보일 겨.'
나도 여자이고 사람이다.
5년의 마음공부가 10년의 나이 스트레스에 지고 말았다.
물론 마음 따라 생각 따라 넘어갈 수도 있다.
'그깟 거 갖고 왜 그래?'
'인간의 말에 뭘 그리 마음을 두니?'
내 마음은 그럴 수도 있으나 누가 내게 그리 말한다면 되묻고 싶다.
'너는 10년이나 더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아?'
자신의 일로 받아들일 때와 아닐 때는 천지 차이일 것이다. 그리고 여자의 심리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친하게 지내는 언니께도 "언니?"하고 부르면 그냥 속으로만 생각할 일이지. "자기가 동생이야?" 굳이 저쪽이 젊다며 확인시키는 옆 회원들, 그들의 마음은? 이유는 뭘까? 하도 여러 번 있는 일이나, 웃고 지났는데 이번 일로 몽땅 소급되어 A를 연발하게 되었다.
나의 지론이다.
육체는 건강이 최고지만, 세상 기준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는 정신건강을 위해서도 제거해야 한다는... 굳이 얼굴 주름이나 꺼진 살로 타인의 입방아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사실 주름이 늘며 늙어가는 모양을 그대로 관망하고 싶기도 했었다. 그런데 적어도 70은 되어 보인다는 그녀의 말에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돈을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는 생각으로 피부과 가기로 결정했다.
상심한 마음은 사실이니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 역시 이 인간의 마음은 이리 약하다.
나는 이럴 때 모순된 이 마음을 본다. 나의 고민, 갈등. 비참함과 한없이 쪼그라들어 틈 없이 인색해지는 이 마음이 연단일까? 모순된 이 마음을 깨라는 신의 배려실까? 차라리 그리 생각한다. 그러면 쪼그라들던 마음이 다시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이도 경계를 극복해 가는 과정이라면 기꺼이 받으마.
그리고, 나이를 먹으며 하는 경솔한 언행은 자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나의 마음은 상했으나 69세 나잇값 못하는 그녀는 60 된 나보다 품격은 한참 아래인 것이다. 요즘 세상, 얼굴 관리는 쉬워도 품격은 쉬이 올릴 수 없다.
아는 언니도 60 넘으며 '얼굴이 왜 그래?' 소리 듣고 달려가 성형했다. 노화하는 여자에게 나이를 올리는 일은 무덤 속에 밀어버리는 일과도 같다. 나이 스트레스는 결국 노화 스트레스이다. 가끔 여배우들이 노화하며 자신의 미를 잃어갈 때 그 상실감에 자살을 하기도 한다.
특히 그 심리를 아는 같은 여자로서는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상대가 나보다 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그를 대하면 실수는 없을 텐데, 많은 여자들이 꼭 상대보다 자신이 젊다는 착각 속에 빠져 있는 듯하다.
경솔한 여자가 예민한 여자를 죽일 수 있다.
인간이 늙어가며 쇠해지는 육체를 보는 일도 사실 슬픔이다. 나도 노화되고 아픈 이내 몸을 보고 느끼며 슬프다.
서로서로 건강하길 빌어주고 예쁘다 보아 주고 마음마저 보듬어주어야 하는 시기가 노년기라 생각한다.
제발 조심할 일이다.
적어도 나는 늘 당하는 사람이라 누군가에게 나이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없을 것 같다.
늙고 아프기까지 한 언니들을 어제 두 분이나 만났다. 넘 가슴이 아팠다. 그 생생하던 음성, 몸은 이미 지쳐서 "힘들어"만 한다. 스러져가는 인생들... 모두 기운 찾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얼굴 주름이 문제가 아니고 나이도 문제가 아닌 것이다. 생기, 기력이 문제이다. 살아갈 힘과 의지가 문제이다.
얼굴의 미를 따지는 일도 아직 젊어 덜 아프기에, 살만하기에 따지는 것이다. 알고 있다.
생로병사의 커다란 짐을 짊어진 모든 인간에 숙연한 마음을 가져본다.
여성들이여, 제발 나이 묻지 마시오.
저는요.
마음은 2 ×8의 청춘이요.
7세에 멈추었다 늦게 성장한 정신은 이제 40이요.
이 사회 룰에 따른 나이는 60이요.
몸은 골골 거려 70이요.
삶을 바라보는 나이는 90이요.
그럼 제 나이는 대체 몇이라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