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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컷 10... 나이에 어울리는 품위

버려야 할 시기와 질투

by 소망

댄스 끝나고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길.

나는 비어있는 노인석에 자주 앉는다. 나름의 변명이라면...


ㅡㅡㅡㅡㅡ

관련 자작시이다.


비뚤어지는 60


노인석에 앉아요.

당연한 듯.


내 마음이 몸보다 훨씬 노화했음을 아니까요.


눈치는 좀 보여 흘끔거리죠.


나이가 65세쯤?

듣는데 뭐~ 어때요?

때론 양보도 받는걸요.


세상 룰에 따라야 한다는 거

누구만큼 잘 알지요.


그 룰을 누구보다 열심히 가르쳤으니까요.


오랫동안 가르치고 지켜왔더니

자신이 떼를 쓰고 몸을 틀어요.


완전 비뚤어지고 싶대요.

온갖 미운 짓도 다 해보고 싶대요.


반평생 넘게 살았는데요.

60에 여섯 살 애가 되었어요.


나 여섯 때도 이러지 않았어요.


말대꾸는 했어도요.

온순하고 말 잘 듣고요.

정직하고 바른 애였죠.


이제

틀을 깨고 싶대요.

루~울도 깨고 싶대요.

지멋대로 하고프대요.


사춘기도 얌전했는데... 쩝!


ㅡㅡㅡㅡㅡㅡㅡ


며칠 전의 소소한 대화 중.


댄스 센터에 신입 언니가 들어왔다. 쉬는 타임 그 언니와 몇 마디 나누는데,

입에 익숙해진 '언니'라는 호칭을 썼더니 그 언니가 '응?'의 반응과 함께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언니?' 하며 되묻는다.

"예 아마 언니일 듯한데요." 했더니 그 언니 왈 곧장 "나 66세" 한다. 그러면서 '너는?' 하는 눈치다.


나는 웃으며 "언니가 언니가 맞네요. 제가 좀 많이 삭아서 그렇지. 나이는 좀 어리네요." 했다.


사람은 익숙한 얼굴을 젊게 보나 보다.


나도 그 언니 얼굴보다 익숙한 내 얼굴이 더 어려 보인다. 주름은 내가 더 많고 삭았어도 말이다. 그 언니 입장에서는 본인보다 더 내 모습이 언니 같아 보였을 수 있을 터이다.


여러 번 있었던 일이라 웃고 넘기기는 하나, '그래? 스스로 대우라도 해주자.' 하는 생각으로 '에라, 발도 아프고 종합병원 급인데 노약자석에 앉으면 어떠랴.' 한다. ㅎ


ㅡㅡㅡㅡㅡㅡㅡ


여튼 오늘 이야기는 나이 더 들어 보여 노인석에 앉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음 역에서 앞쪽의 빈 노약자석에 두 언니들이 앉았다. 보기에는 70대 중후반은 되어 보인다. 좀은 약해 보이고 지는 꽃 같은 느낌이 드는 한 언니가 다른 친구에게 말한다.


"아니, 요즘엔 라인댄스인가 뭔가 하느라들 난리야."


난 라인댄스라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다음 역에서 금방이라도 내릴 듯, 반듯하게 앉아 눈은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으나, 내 마음은 두 언니의 대화에 쏠렸다.


계속 이어지는 말,

"여기저기서 많이들 하더만. 근데 라인댄스라는 게 보니까 엄청 과격한 운동이데~. 어휴~ 나는 못할 거 같아."


'과격하다고? 거의 스텝만 하는데...' 생각하면서 저 언니께는 그렇게 느껴질 수 있겠다 생각하며 이어지는 말을 계속 들었다.


"난 그런 거 다 없어졌으면 좋겠어. 할 수도 없는 그런 건 있어서 뭐 해!"

인상까지 쓰며 싫다는 내색을 한다. 다행히 옆의 친구는 듣고만 있다.


'심술보는 없는데 웬 심술?'


말이 참 불편하게 들렸다. 순전히 자기중심적인 이기적 발언 아닌가.


'누가 님께 하라나? 치~ 님은 못하실 연세네요. 체격도 이제 노인 같아요. 본인 못한다고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는 그 마음은 뭐래요~~? 그 마음대로라면 젊은이들 즐기는 춤이나 스포츠는 다 없어져야 되게? 본인은 못하지만 젊은이들 하면 잘한다. 젊을 때 즐겨라고 해야지. 나이 들어 고작 하는 생각이 그 정도가 뭡니까?'

나는 눈은 다른 곳에 두고 마음은 이미 그 심술궂은 언니께 한참을 떠들고 있었다. 내 마음도 이해와는 살짝 어긋나 있었다.



딱 그거다. 일반 아줌마들 세계를 보면 시기와 질투가 저변의 심리를 점령하고 있다. 어쩌다 잘하는 신입이 오면, '너 우리 기죽이려고 왔니?' 딱 고 수준의 심리적 양상을 드러낸다. 그도 늘 초짜보다 좀 하던 그룹의 언니들이 그렇다. 더 이상한 건 나이가 많을수록 더하다는 것이다. 그런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다.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ㅡ 물론 시기의 마음도 있을 수 있지만ㅡ 잘하는 점을 배움으로 삼으면 좋을 텐데 말이다.



다음 역에서 조용히 듣던 친구가 내리고 그 언니는 조용히, 아주 곱상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 님을 보는 내 마음에 많은 생각이 스쳤다. 사람을 보게 되고 그 마음을 보게 된다.

'아~~ 곱상하니 늙은 언니를 보니 젊었을 때는 예쁘다는 소리도 들었을 법 한데... 지금도 이쁘게 늙어가는 중이건만,.. 마음은 영~~~ '


ㅡㅡㅡㅡㅡㅡㅡㅡ


지하철 그 님의 말이 많은 이들의 속마음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서 지분하고 자족하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다른 이들이 하는 운동을 없어졌으면 좋겠느니 뭐니 하는 말은 적어도 안 할 테니 말이다.


나이가 들어도 유치원생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참 안타까웠다. 사람이 다 그렇지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런 사람은 분명히 남 잘 되는 꼴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은데... 성급한 평가인가?

'나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속담에 딱 맞는 경우가 우리 생활 속에서 마음으로 흘러넘치고 있음이다. 제발 적어도 제 속에서 나오지 못하게 주인이 단도리는 해야지 않을까 싶다.


여튼 적어도 남이 잘하는 것, 남이 잘 되는 것, 남의 것을 시기하고 질투하며 탐하는 행동은 적극적으로 다스려야 할 좁은 마음이다. 아니 못된 마음이다.


나잇값을 한다는 것도 그런 거겠다. 나이를 먹은 품위도 마찬가지이다.


나이들어 하는 시기와 질투는 매우 초라하다. 그 초라함은 나이 듦으로 얻을 수 있는 품위마저 빼앗아버린다.


사람이 얼굴에 책임을 진다는 것도 마음까지 나잇값을 톡톡히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마음씀씀이가 얼굴에 켜켜이 쌓이며 모양을 만들어가니까 말이다.


나잇값 하며 품위 있게 늙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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