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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 부르는 길고 긴 연재
03화
에피소드 컷 1... 한 트럭의 마음보다 말 한마디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표현의 큰 힘
by
소망
Dec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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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속 에피소드.
그 소소함 속의 큰 깨침.
나는
깨
알의
침
으로
마음의
건강을
찾고 성장한다.
지난 10월은 여행과 손목 핀제거 수술로 인해 댄스 강습을 쉬었다.
11월 수요일부터 다시 참여했다.
이 센터에서의 강습은 7월부터 시작한 터라 회원들과 가볍게 인사 정도만 나누는 처지다.
본디 아줌마들 동아리 세계가 텃세도 심하고 신입 회원에게 유난히 데면데면하다. 직장생활만 하다가 아줌마들 세계에 입문해서 제일 힘든 점이 그런 거였다. 그래서 난 웃으며 인사를 열심히 한다.
보통은
웃으며
인사하면
잘 받아주는데
받는 둥 마는 둥 하던 한 회원이 있었다. 한 달 쉬고 나간 그날도 그랬다.
성격 나름이겠지만, 상냥하고 내게 호감이 있는 언니들은 적극적으로 아는 체하고 친절하게 응해준다. 그 회원만은 예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한 타임 운동을 하고 잠깐 쉴 때, 그 회원이 내 곁에 있던 언니께 다가온다.
"언니 그 네크라인 또 없어요? 나도 구했으면 좋겠는데... 나도 하고 싶당~"
그녀는 내 옆의 언니가 하고 있던 반짝이 알이 박힌 까만 네크라인을 보며 말했다.
자신도 누가 준 것이라 없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아쉬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였을까. 내 몸이 늘 내게 뚱한 표정으로 인사도 받아준 적 없는 그녀에게 즉각 다가가고 있었다. 그 잠깐의 시간
,
망설임은 몇 번이었나.
망설이듯 다가갔고 망설이며 말을 꺼냈다.
'
말할까? 말까?'
거듭 망설이다 용기를 내었다.
"제가
안 쓰고 있는 거 있는데 혹시 집에서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찾아보고 있으면 가져다 드릴게요."
"호, 그래요? 고마워요."
그녀는
이미 받기라도 한 것처럼, 생각보다 환하게 반기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여튼 그녀는 그것을 해보고 싶은 게 틀림없으니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내일은 강습이 있는 수요일.
저녁에 그 네크라인을 찾아보았다. 여기저기 있을만한 곳을 뒤지니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반짝이는 투명 비닐에 곱게 넣어 가방에 넣어 두었다.
수요일, 댄스 강습 센터에 갔다.
도착하자마자 그 회원에게 그것을 전해 주었다.
"여기
~ 이거요."
별다른 말 없이 가볍게 웃으면서 건네주었을 뿐이다.
예상외로
그녀의 표정이
환해지고 희색을 띠었으나 말은 주춤주춤 어렵게 꺼내는 것이다.
"호~~ 고~
고
고마워요~^^."
한 주가 지나고 잊을 만 한데 챙겨다 주어서일까.
기대하지 않은 라인을 받아서일까.
그녀의 표정은 진심 고맙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인사할 때나 댄스 하다 마주칠
때
, 오고 가다 마주칠
때에도 한 번 보지 못한 표정이라 좀 당황스러웠다.
"찾아보니 다행히 있더라고요. 예쁘게 하세요."
댄스가 시작되어 줄을 섰는데도 그녀는 줄곧 나를 힐끔거리며 보았다.
댄스가 끝나고 복도에
나가 뒷정리를 하는데 그녀가 이쁘게 웃으며 다소곳이 내 곁에 와서 앉는다.
' 헐~~ 왜?' 괜스레 긴장이 되었다.
그녀는 보기와 다르게 애교가
있어 보인다.
"언니가 ㅇㅇ언니지요?"
"예. 어떻게 알았어요?"
"회장 언니께 물어봤어요.~~ 고마워요!"
그녀가 그 작은 챙김에 얼마나 크게 감사하고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한 편으로는 뜨악했다. 이리 애교 있고 곱상한 여자였나 싶었다. 그럼에도 내게는 늘 그런 식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살짝 상하려 했지만... 그러면 안 되지.ㅋㅋ
그러면서 대화를 이어갔다. 고마움의 표현인가.
"언니 댄스 너무 멋있어요. 자주
언니 하는 거
보면서 따라 해요."
그녀가 마구 또 칭찬을 하니, 쑥스럽지만 대꾸는 해야지.
"좀 오래 했어요. 제가 도움이 된다니 다행이네요. ㅎㅎ"
"저도 오래됐어요. 시작한 지 7~8년 됐거든요. 근데 잘 안 돼요." 하며 웃는다.
그녀의 웃는 모습이 그리 예쁜지 몰랐다.
"전 10년쯤 됐어요. 2~3년만 더 하심 님도 잘 출 수 있어요."
사실 7~8년이면 엔간히 구력이 쌓일만한 기간이다. 나도 입문은 더
오래되었으나 코로나로, 족부질환으로, 사고 후 재활 등으로 쉰 세월이 수년이 된다. 구력은 9년 정도이나 대충 10년이라 말했다.
"호호~ 저도 2~3년만 더하면 되겠네요."
"그럼요. 저는 5년까지는 늘 그만두고 싶었어요. 꾸준히 하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그녀와의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
사람은 자신이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 필요한 것을 주는 것에
감사해하는구나
.'
더불어 한 생각...
'미리 설레발. 오지랖 펴지 말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때도 최적의 시기를 포착해서 필요한 일을 해 줘야겠군.'
그 작은 소품으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ㅡ내가 계속 인사를 해도 굳은 표정으로 반겨 인사한 적 한 번 없었던 그녀였다.ㅡ 그녀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나의 작은 챙김에 대한 선물이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 한 가지를 알았다. 내 마음 또한 정말 흐뭇했다.
예전의 나는 진실한 마음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을 거라는 착각 속에 살았다.
진심으로 대해도 오지 않는 사람과 그 마음을 얻지 못해 상처도 많이 받았다. 진심을 주고도 상처를 받다 보니 사람 관계에서는 무조건 물질이 오고 가야 한다고 오해한 일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니다.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생활 속 인간관계에서 지혜란 누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를 판단하고, 필요한 것을 파악하며
적절한 시기를
포착하는 분별력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분별한 것을 실천하는 것이다.
때론
나의 진실된 마음보다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 한마디가 더 가치 있고 유효하다
는 것을 알았다.
현빈 같은 배우가 한 트럭 있으면 뭐 하나, 좀은 못생겨도 내 곁에 진심인 1인만 있으면 되지.
ㅎㅎ
인간은 '小우주'이다.
'大우주'는 그저 나라는 '小우주' 속의 관념일 뿐이다. 이 작은 육신으로 어찌 타인이라는 '小우주'를 움직일 것인가.
단지
한 공기의 마음
이 있었기에 가능했고 그 마음이
한 스푼의 실천
으로 행해졌기에 가능했다.
아주 작은 소품으로 그녀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선물로 받았다.
그녀는 이후 늘 웃는 얼굴로 나를 반긴다.
작은 챙김ㅡ실천ㅡ으로 귀한 한 사람의 마음을 얻었다. '小우주' 하나를 얻었다.
이 또한 지혜라 생각한다. 나는 한 가지씩 터득해 간다.
'잘했어 ㅇㅇ야~~^^
그리고 마음이 원할 때는 망설이지 말고 실천하렴.'
keyword
지혜
표현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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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 부르는 길고 긴 연재
01
삶이라 부르는 길고 긴 연재
02
라이프 인사이트1... 본성(本性)의 아름다움
03
에피소드 컷 1... 한 트럭의 마음보다 말 한마디
04
라이프 인사이트 2... 삶과 운명
05
에피소드 컷 2... 교만과 겸손 사이
삶이라 부르는 길고 긴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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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소망의 뜰에 발걸음 해주신 님들 감사합니다. 풀어놓고 싶었던 마음을 글로 쓰면서 평화를 찾아갑니다. 그래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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